발롱도르, 꼭 월드컵 우승 멤버가 받아야하나

취재팀 입력 2014. 11. 28. 11:22 수정 2014. 11.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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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FIFA 발롱도르는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선수 중 1명이 받아야 한다."

최근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발롱도르 수상 자격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의 말을 옹호하는 측과 그렇지 않은 쪽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축구는 단체 경기다. 그러면서 개인의 기량이 돋보이는 종목이기도 하다. 결국 팀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는 게 이상적이다.

올해 가장 강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단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플라티니의 말대로라면 노이어가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그의 발언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 객관적인 지표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역대 월드컵 우승팀과 발롱도르 수상자의 국적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발롱도르는 세계최고전통의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1956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FIFA 최우수선수상과 통합돼 'FIFA 발롱도르'로 확대됐다.

우선 알아둬야 할 사항은 1994년 이전과 이후를 나눠야한다는 점이다. 1994년까지 발롱도르는 오직 유럽 국적의 선수들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1995년부터는 비유럽 국적이지만 유럽 프로무대에서 뛴 선수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했다. 그렇기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인 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한번도 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1995년 이전 남미축구 양대 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1958, 1962, 1970, 1978, 1986년에는 유럽 선수가 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아래 표를 살펴보자.

연도=발롱도르(국적)=월드컵우승국

1966=보비 찰튼(잉글랜드)=잉글랜드

1974=요한 크러이프(네덜란드)=독일

1982=파올로 로시(이탈리아)=이탈리아

1990=로타 마테우스(독일)=독일

1998=지네딘 지단(프랑스)=프랑스

2002=호나우두(브라질)=브라질

2006=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이탈리아

2010=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스페인

팀이냐, 개인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일 만한 월드컵 8개 대회를 꼽아봤다. 물론 6개 대회는 발롱도르 수상자와 월드컵 우승팀이 일치했다. 딱 2번. 1974년과 2010년은 달랐다. 1974년 수상자는 '축구 외계인' 요한 크러이프, 2010년 수상자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다.

1974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독일(당시 서독)에는 프란츠 베켄바우어, 게르트 뮬러, 제프 마이어 등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크러이프의 위력이 너무나 대단해 발롱도를 받았다.

2010년 월드컵 우승 때 스페인에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샤비 에르난데스가 놀라운 활약을 펼쳤지만 메시가 너무나 엄청난 플레이를 선보였기에 밀리고 말았다.

그럼, 나머지 6개 대회는 어떤가. 1966년 보비 찰튼은 대회 최고의 스타였고, 소속 팀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1982년 파올로 로시는 월드컵 및 세리에 A 득점왕에 올랐다. 1990년의 로타 마테우스는 월드컵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5골을 뽑아낸 최고의 선수였던 데다 소속 팀 인테르 밀란의 리그 우승 주역이었다. 1998년의 지네딘 지단은 월드컵 결승 때 혼자 2골을 넣은 영웅이었을 뿐 아니라 소속 팀 유벤투스를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다. 2002년의 호나우두는 월드컵 득점왕(8골)이었고, 인테르 밀란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정상 정복의 주인공이었다.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는 이탈리아의 주장으로서 강력한 수비진을 이끈 스타였고, 레알 마드리드의 2006-2007시즌 전반기까지(2006년 12월 31일까지) 최고의 수비력을 뽐내며 소속 팀 선두 질주를 견인했다.

결론은 한가지다. 역대 발롱도르 수상자들은 월드컵에서의 성적 뿐 아니라 소속 팀에서의 성적, 개인 기록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던 선수들이다. 단순히 월드컵 우승팀의 수훈선수였기에 상을 받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호날두, 메시, 노이어를 비교해보자. 월드컵 성적 순으로 보면 노이어(우승), 메시(준우승), 호날두(조별리그 탈락)다. 반면 소속 팀의 성적을 비교하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호날두와 분데스리가에서 정상에 오른 노이어를 동등하게 놓고, 메시는 3순위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수 개인 기록을 놓고 보면 올해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호날두가 앞선다.

전 세계 대표팀의 감독, 선수, 전문기자들이 고루 투표에 참가해 수상자를 뽑는 발롱도르. 투표는 메시가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텔모 사라의 라리가 통산 득점, 라울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을 모두 넘어서기 전에 끝났다. 메시와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일 것이다.

플라티니 회장이 예민한 시점에 불쑥 돌발 발언을 했지만 현 시점에 호날두의 통산 3번째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인터풋볼] 이태중 기자 reporter_1@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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