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미친 FA 시장과 '야신' 김성근의 방식

스페셜 2014. 11. 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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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야신의 컴백은 올 스토브리그 최대의 이슈였다. '최초로 팬들에 의해 임명된 감독'이라는 멋들어진 수식처럼 그는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의 대상이었다. 한마디 한마디, 일거수 일투족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가을 캠프에서 전해지는 흙투성이 사진 한 컷, 한 컷에 폭발적인 클릭이 이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이 생기는 법. 야구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고교야구 하는 거냐'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선수들 굴려서 감독 혼자 스타되는 거 아니냐' 등등. 야신의 방식은 언제나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물론 강력한 팬덤에 묻혀 불륨의 크기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1년치 중계권료도 어림없는 계약금

80억원을 훌쩍 넘긴 계약서에 도장 찍은 선수가 인터뷰에서 그랬다. 100억을 못 채워서 조금 그랬다고. 다만 구단에서 진정성을 보여준 게 마음에 들었다고.

그보다 많은 액수를 제시받았던 선수 하나는 팀을 뛰쳐 나왔다.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고, 시장에 나와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원소속 구단은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제시액을 언론에 뿌린뒤 원통함을 호소했다. '우린 이렇게 최선을 다했다. 어느 팀인가 미리 손을 써놓은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쪽 관계자와 고성이 오갔다는 후문도 있다.

이미 FA 시장은 한계 상황을 넘어섰다. 1차 마감날에는 하루 계약 총액이 400억원에 달했다. A급 선수를 4년간 붙잡아두려면 계약금만 40억원 이상 쏟아부어야 했다. KBO가 각 구단에 할당하는 1년 중계권료가 약 30억원 가량이다. 이미 그걸로 선수 한 명의 계약금조차 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장은 미쳐 돌아가고 있다. 어떤 이유와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무도 손 쓰지 못하고 있다. 감당이 안된다며 발을 빼는 팀도 있지만, 그들조차 언제 어떻게 시장의 흐름에 쓸려 내려갈 지 장담하지 못한다. 거대한 시장의 논리 앞에서 명분과 의리와 순수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 게임은 우리에게 여전히 '스포츠'다

맞다. 프로야구는 산업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다. 수익을 내기 위한 경제활동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그걸 욕하면 안된다. 그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팬들은 실망감은 정작 그곳에서부터 출발한다.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나라 정서가 너무 낭만적인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그런 논란은 흔하다.

왜 그럴까? 답을 찾기 위해 얘기는 다시 야신으로 돌아간다. 말했다시피 그의 방식은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연간 수십억 수익을 올리는 개인사업자들이다. 개인별 맞춤형 트레이닝에, 삼시세끼 식단까지 완벽하게 프로그램대로 진행된다. 최적화된 몸상태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훈련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고가의 최첨단 의료기기도 동원된다.

그러나 시즌도 다 끝난 마당에 시커먼 흙먼지 구덩이에서 몸을 던지고, 아침부터 밤까지 펑고 몇 박스를 받아야 하고, 호텔에서 훈련장까지 구보로 이동하고.... 이 따위 고전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전근대적인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반대다. 오히려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유가 뭘까? 그건 그의 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탓이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여전히 스포츠다"라는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 말이다.

비록 구단과 선수들간에는 수십억짜리 베팅과 밀당이 오가고, 현란한 템퍼링 기법이 발휘되는 거대한 비즈니스가 됐는 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에게 이 게임은 여전히 박수치고, 열광하고, 감동받아야 할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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