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나만 삼성 짝사랑 했던가.."

2014. 11. 2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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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피의 에이스' 삼성 배영수가 원소속구단과 FA계약을 맺지 못하고 시장에 나왔다. 대구에서 나고 자라 15년간 삼성의 주축투수로 활약했지만 이젠 타 팀의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의 모습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DB

■ 삼성 떠나는 배영수의 심정최근 4년간 40승불구 기대 이하 평가"이렇게 떠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야구는 비즈니스…좋은 기억만 간직"

"(박)용택이 형하고 저하고는 기사도 안 나오네요. 우리도 FA인데…. 그냥 우리는 팀에 남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봐요. 하긴, 제가 삼성에서 나가는 건 말이 안 되긴 안 되죠? 그쵸?"

불과 일주일 전. 프리에이전트(FA) 신청을 한 배영수(33)는 편안한 농담을 했다.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이 며칠 지났을 때, 여기저기 FA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자신과 박용택은 조용했기 때문이다. 배영수의 말처럼 당시만 해도 구단도, 팬들도, 심지어 본인도 팀과 이별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재미있는 기사가 될 것 같은데'라는 농담에 배영수는 "창피하니까 쓰지 마라. 내가 가긴 어딜 가겠나. 삼성을 떠난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될수록 배영수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구단에서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구단이 처음 제시한 조건은 2년 계약(협상금액은 구단과 합의 하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이었다. 기본 수십 억 원에서, 심지어 '100억설'까지 튀어나오는 '미친 FA 정국'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2010년 말 삼성과 FA로 2년간 최대 17억원에 계약했던 그는 올해까지 4년간 40승(26패)을 올렸다. 지난해엔 승운이 따르면서 14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올해는 8승에 그쳤지만 연평균 10승씩을 기록한 셈이다. 과거처럼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고, 확실한 믿음을 주지는 못했지만,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배영수는 끝났다"는 평가를 딛고 이만하면 재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런 성적을 토대로 4년 계약을 원했다. 앞으로 4년 정도는 거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그의 미래 가치를 신뢰하지 못했다. 구단은 이후 2+2년 계약으로, 3년 계약으로 수정안(금액엔 변화가 없었다)을 제시했지만 배영수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배영수가 삼성을 떠난다?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탈은 구단으로서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합의점은 도출되지 않았다. 결국 우선협상 마감일인 26일 자정에 앞서 협상은 결렬됐고, '푸른 피의 에이스'는 삼성을 떠나 시장으로 나왔다.

대구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삼성 선수가 꿈이었고, 2000년 삼성 입단 후 15년간 푸른 유니폼만 입었던 배영수는 아직도 삼성을 떠나온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17일 자동차를 몰고 서울로 바람을 쐬러 올라온 그는 "그동안 나만 삼성을 짝사랑했던 건가? 삼성은 내 짝사랑이었고, 야구는 역시 비즈니스였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이렇게 헤어지게 됐지만 그래도 삼성은 내 첫 사랑이었다. 나쁜 기억보다 삼성에서 있었던 좋은 일, 좋은 기억만 떠올리겠다. 이번엔 솔직히 구단에 서운했지만, 그동안은 고마운 일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나를 응원해준 삼성팬들도 영원히 잊을 수 없다"면서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새로운 팀을 찾아 새로운 야구와 인생에 또 도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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