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성조기, 사법정의에 사망선고 내리다

2014. 11.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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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도시' 퍼거슨

[서울신문]"단순히 불기소 결정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경찰, 검사, 시장, 주지사, 대통령 등 그 누구도 정의를 실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미국의 사법정의는 흑인들 가슴 속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미국 오하이오주 하이럼 대학의 정치학 교수 제이슨 존슨은 지난 이틀 동안 '분노의 도시' 퍼거슨에 머물며 시위대를 인터뷰했다. 존슨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법 집행에 대한 신뢰 붕괴'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단언했다. 존슨 교수는 미국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미주리주 야미셰 앨신더 검찰총장은 지난 8월 19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배심원을 지휘하는 검사를 흑인 여성 검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으나, 제이 닉슨 주지사는 이를 묵살했다. 뉴스위크 등이 "담당 검사 밥 매컬러크의 아버지가 흑인 용의자의 총에 맞아 숨진 경찰이고 형제들도 모두 경찰이어서 공평한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으나 주지사는 끝내 특별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 매컬러크 검사는 당시 주 고속도로 순찰대가 퍼거슨 경찰을 대신해 치안을 담당하자 "퍼거슨 경찰을 능멸했다"고 성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퍼거슨 경찰로 흘러들어 간 장갑차 등 군사무기를 회수할 것이라고 했으나 이번 시위 진압에 다시 사용되고 있다.

이날 AP도 대배심에 제출됐던 수천 건의 증언을 분석한 기사를 통해 "총에 맞는 상황 등 결정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증언들이 상충됐다"면서 "엇갈리고 틀린 증언을 배제하다 보니 배심원들은 일관성 있는 윌슨 경관의 증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편파적인 조사 내용이 속속 알려지면서 흑백 갈등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흑인의 62%는 윌슨 경관이 잘못했다고 보는 반면 백인은 22%만이 경관이 잘못했다고 봤다. 비슷한 사건인 1992년의 '로드니 킹' 사건 당시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백인들도 64%(흑인 92%)나 경찰이 잘못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백인 남성의 0.5%만이 감옥에 있는 반면 흑인 남성은 3%가 감옥에 있다"면서 "흑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집중단속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찰 개혁 목소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보스턴글로브는 "실탄을 쏘기 전에 손, 곤봉, 화학물질,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지침을 바꿔야 하고 공권력을 남용한 경관의 처벌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행 사법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카운티·주·연방의 단계로 분권화된 경찰은 서로 권한이 겹치는 등 뒤죽박죽 상태"라면서 "지방경찰 제도를 폐지하고 주 단위에서 통합지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CNN은 "윌슨 경관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을 밝힐 길이 사라졌다"면서 "이는 법 앞에 평등하다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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