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3곳 불타고 7곳 약탈·파손.. 韓人 피해 눈덩이
미국 전역으로 번졌던 '퍼거슨 시위'는 사흘째로 접어든 26일(현지시간)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시위의 진원지인 퍼거슨 시내 한인 상점들은 창문이 부서지고 약탈을 당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퍼거슨시 뷰티서플라이(미용재료상·일상 생활용품도 함께 판매하는 준편의점) 한인연합회장 이수룡(47)씨는 "한인 상점 9곳이 약탈과 방화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전체 피해액은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이라고 했다.
시위가 격렬했던 퍼거슨 북부 카운티 웨스트 플로리샌트 거리에 있던 뷰티숍 1곳과 휴대전화 가게 2곳은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전소됐다. 이 지역은 현재 경찰 당국에 의해 접근마저 통제된 상태다. 이 밖에 한인 상점 20여곳 중 7군데가 창문이 파괴되고 물건을 약탈당하는 등 손실을 입었다. 이 회장은 "대목인 추수감사절 연휴(27∼30일)를 앞두고 이 같은 사태가 벌어져 다들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규모 소요 사태는 잦아들었다. 추수감사절 연휴라는 시기적 요인과 주 방위군의 강력대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잇단 경고가 맞물린 탓이다. 이날 퍼거슨시에서는 간헐적 시위와 해산이 반복됐다. 200여명의 시위대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시청 앞에서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한 모의재판을 벌였고 일부는 시청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방위군 2200명과 경찰 병력이 증강돼 시청 등 주요 건물 자체를 봉쇄한 상황에서 큰 충돌은 없었다.
규모와 강도는 줄었지만 시위는 이날도 미국 170여개 도시에서 계속됐다. 경찰은 사흘간의 퍼거슨 시위로 미국 전역에서 최소한 4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퍼거슨시에선 24일 61명, 25일 45명이 각각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도로 점거나 해산명령 불응 등의 혐의로 시위대 183명을 체포했다고 26일 밝혔다. 보스턴에서도 이날만 45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미국 내 흑인 인권단체와 시민운동 단체들은 '인종 차별적이고 부당한 결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항의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톤 목사는 이날 뉴욕에서 브라운 가족을 포함해 최근 유사한 사건에 희생된 흑인 세 명의 가족을 만났다.
지구 반대편 영국 런던에서도 퍼거슨 시위에 동조하고 대배심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5000여명의 시위대는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 운집해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퍼거슨 시위의 구호인 '손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를 연호했다.
과거 영국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가족들도 시위에 함께했다. 브라운과 비슷한 상황에서 조카 마크 더건을 잃었던 캐럴 더건은 "우리가 경찰의 손에 누군가를 잃었을 때의 고통을 알고 느낀다는 메시지를 브라운의 가족들에게 보낼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퍼거슨과 연대 속에 일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1년 8월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흑인 청년인 더건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당시 영국 전역에서 약탈과 방화 등 대규모 폭동을 촉발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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