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아르헨 특급' SK 김민수, 가족은 나의 힘 "민수가 달라졌어요"
4경기 연속 '20득점 이상' "국가대표 재발탁·챔프 꿈"
잊혀졌던 그의 별명, '아르헨티나 특급'이 살아났다.
요즘 프로농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서울 SK의 장신 포워드 김민수(32·2m)다. 프로 입단 초기에 물오른 기량을 보여주다 어느 순간부터 존재감 없는 선수로 작아졌던 그가 최근 놀라운 활약으로 팀의 연승가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의 멋진 부활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챙겨주며 힘을 주는 예쁜 부인과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다.
SK가 최근 7연승을 포함해 14경기에서 13승1패로 급상승세를 타는 동안 김민수는 독보적이었다. 지난 12일 전자랜드전에서 이번 시즌 최고인 24점을 뽑고, 이후 4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도 보여줬다. 김민수는 지난 26일 삼성전에서 7점 차로 뒤진 4쿼터 때 추격의 불을 댕기는 결정적 3점포를 꽂고 이후 골밑에서 연속 득점을 올려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데 한몫했다.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탁월한 신체조건과 유연성·탄력을 고루 갖춘 그는 2008년 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승진(KCC)에 이어 전체 2순위로 SK에 입단해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고교 시절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운동한 뒤 경희대에서 최부영 감독 지도 아래 한국 농구를 접목한 그는 데뷔 첫해인 2008~2009시즌부터 2년 연속 경기당 평균 14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2009년에는 허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동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평균 득점이 점차 하향세를 보이더니 지난 시즌에는 6.7점까지 떨어졌다. 기록이 떨어지면서 '몸싸움을 싫어하고, 골밑보다 외곽으로만 돌아 영양가가 없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남미 출신이라 근성과 정신력이 부족하고, 팀플레이를 할 줄 모른다'는 차별적 혹평도 뒤따랐다. '아르헨티나 특급'이란 화려한 별명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김민수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부터 무서운 각오로 재기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5월 팀에서 유망주들을 보내는 미국 LA 농구 캠프에 고참인데도 자원해 따라갔고, 거기서 많은 것을 다시 배우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현지에서 지도한 NBA 출신 코치로부터 "그 큰 덩치를 가지고 왜 외곽을 맴도느냐"는 따끔한 지적을 받은 그는 하루 1000개씩 미들슛·훅슛·골밑슛을 던지며 빅맨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에 매진했다.
김민수가 괄목상대한 데에는 2011년 결혼한 아내 서진아씨(오른쪽)의 헌신적인 내조가 크게 작용했다. | 김민수 제공 |
김민수를 변하게 한 것은 '가족의 힘'이었다. 고향을 떠나 홀로 모국 땅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김민수는 프로 입단 후 어머니가 한국에 들어와 1년간 함께 생활하며 큰 힘을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이후 그는 늘 외롭고 힘들었다. 운동에 매진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기회가 되면 시즌 중에도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돌아오는 등 한동안 방황했다.
그러나 2011년 5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의 동갑내기 아내 서진아씨와 결혼하고, 이듬해 6월 예쁜 딸 시은(2)을 얻으며 안정을 찾은 이후 그가 달라졌다. 항상 따뜻하게 조언하고, 정신적으로 풀어지지 않도록 챙겨주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보면서 가장이자 아빠의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독해졌다.
"미혼 때라면 혼자 욕먹겠지만, 지금 못하면 가족이 다 욕을 먹잖아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야죠."
그런 정신력이 지난봄 해외 캠프를 자원하는 오기로 이어졌다. 프로에서 높은 연봉을 받기 시작한 직후 외제차를 몰며 우쭐했던 총각 시절의 그가 아니다. 지금 그의 차는 국산 쏘나타다.
가족 앞에서 최고로 멋진 아빠가 되는 게 목표라는 김민수는 "국가대표에 다시 뽑히고 싶고, 우승반지도 끼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7년째인데 우승반지를 끼어보지 못한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수상대에도 한 번 올라가보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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