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윤태호 작가에게 묻다..드라마 '미생' 어때요?(일문일답)

2014. 11.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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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훨씬 더 '미생' 원작 탐독하고 분석..믿을 수 없을 만큼 감격"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바야흐로 '미생'의 시대다. 윤태호 작가의 작은 책상 위에서 탄생한 웹툰은 전국을 '미생 신드롬'에 빠뜨렸다.

본래 인기 웹툰이었던 '미생'이 신드롬까지 일으킨 것은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tvN 드라마 '미생'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원작 드라마의 성공사례로 떠올랐다.

드라마 '미생'이 절반을 달려온 지금, 두 '미생'의 창작자들이 만남을 가졌다.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웹툰 '미생' 윤태호 작가와 드라마 '미생' 이재문 PD가 좌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미생'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

"원래 출판사에서는 '고수'라는 제목을 내놨었다. 바둑의 고수가 지혜를 나눠준다는 뜻이 담긴 제목이었다. 그런데 제가 고수가 아니라서 그런 사람을 알 수도 없고, 그런 제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바둑에서 바둑돌의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두고 '미생마'라고 한다. 전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제목이 '미생'이라고 하니 무슨 뜻인지 물어봐서 설명을 많이 했다. '미생'이란 말이 낯설어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부제를 들어내고 '미생'으로만 가게 됐다". (윤태호 작가·이하 윤)

-지금 드라마 '미생'이 굉장히 잘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봐도 재밌다. PD님이 처음 고생했을 때부터 옆에서 지켜봤다. 지금 결과에 굉장히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100번도 넘게 원작을 봤다고 하시더라. 저보다 훨씬 제 작품을 탐독하고 분석해서 질문지를 뽑아왔는데 각 캐릭터 파악 내용이라든지 밀도있는 질문이었다. 저도 '미생'이라는 작품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정도였으니 많이 준비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미생'을 드라마화하겠다고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를 듣고 싶다.

"그 판단을 했던 것은 (연출을 맡고 있는) 김원석 PD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보자하는 욕심이 있었다. 집단 주인공 체제인 작품, 회사원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나온 작품이 미생뿐이었다. 처음에는 만화를 보고 반대를 했다. 정말 재밌고 좋은 작품인데 드라마로 각색해서 매력을 상실하면 욕만 먹고 끝날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데 철저하게 공감이 되면서 확신이 들더라. 저도 미생이니까 그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다". (이재문 PD·이하 이)

-드라마 '미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윤 작가님이 가신 길로 갔다. 연재 때문에 바쁘셨고 찾아가서 궁금한 것만 쏙쏙 물어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윤 작가님이 하신 것처럼 무역회사 직원들, 바둑기사 등을 찾아다녔다. 취재를 하면서 윤 작가님이 이 부분까지 조사했음에 혀를 내두른 적이 많다. 보조작가 두 명을 무역상사에 인턴사원을 취직시켜서 취재를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대본이 달라지더라. (시청자들은) 촘촘함이 살아있고, 인물들이 성취하거나 노력하는 점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이)

-'미생'이 200만부 판매됐다. 만화 인기에 따른 변화가 있나? 드라마 인기 체감도 궁금하다.

"일단 저를 찾는 곳이 많아서 작업에 방해를 받고 있다. (웃음) 제일 좋은 것은 '미생' 작가라고 하면 취재가 용이하고, 도움을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생하면서 얻은 수익으로 헬리캠을 띄워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런 비용 활용에도 여유가 있고 드라마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생'이란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편으로는 경계심도 많이 갖게 됐다. 만화는 만화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가져야 하고,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소박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된다고 해서 일 자체의 성격이 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많이 조심하고 있다". (윤)

"웹툰 작가가 영화나 드라마를 의도하고 그린 장면을 눈치 챈 순간 일하기 힘들어진다. 저희 상상력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원작의 매력이 풍성하고 충실하면 된다. 드라마 '미생'은 시간대 문제로 시청률이 많이 안 나올 것 같았는데 다행히 잘 나오고 있다. 남성 직장인들이 일찍 집에 들어와서 아내와 함께 '미생'을 시청하면 좋겠다는 바람대로 되고 있는 것 같다. 재방송이나 VOD 시청률도 높은데 식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

-'미생'은 재미는 있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는 아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듣고 싶다.

"'미생'은 기본 질서를 따르지 않은 성공적 사례다. 미생을 작업할 때 확신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 회사원들은 저녁마다 술 마시며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일을 잘하려고 헤쳐나가는 사람에게는 드라마가 있다. 처음 연재할 때 자극 수위를 낮추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예민한 이야기지만 자극의 강도는 약하게. 작품 준비하는 3년 동안 애먹은 것을 편집부에서 알아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출판이 됐던 것이다. 신인 작가였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윤)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해외 수출 이야기도 나오고 있을 것 같다.

"한국 직장사회가 일본과 닮아 있어 그쪽에서 반응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중국 반응이 격하다. 수출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CCTV에서 이례적으로 14분 동안 '미생' 소개를 했다. 동남아시아 쪽도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뜨겁다고 하더라. 미국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게 미국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리메이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원작의 완결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드라마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개선했나?

"일부러 PD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줬는데 지나친 개입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보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 1회를 보고 싶었다. 전혀 도움드린 바는 없고 단지 시즌2를 그릴 것이라 시즌2에 맞지 않는 설정이 있는지 체크를 한 부분은 있다. 캐릭터의 애매모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리한 정도다.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활자 내레이션으로 내면을 설명하는데 영상은 그것을 상황으로 표현해야 돼서 굉장히 어렵다. 어려운 지점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제가 참여를 하지 못해, 원작자가 정확히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려고 고생하셨을 것이다". (윤)

"원작 특성 중의 하나가 에피소드 형식이다. 만화 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연속극 형태의 미니드라마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쫓아가던 캐릭터가 사라지다 보니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회별로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능한 정윤정 작가팀이 합류했다. 유일하게 원작에서 자유롭고자했던 부분은 캐릭터의 확장이다. 큰 전제가 훼손되지 않는 한 배역들을 다 키웠다. 그들끼리의 갈등과 오해가 소소하게 깔려서 드라마화됐다. 중요한 사건은 웹툰을 훼손하지 말자는 원칙이 있다. 인물이냐, 사건이냐 선택하는 순간에 서면 사건을 따라갔다". (이)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드라마가 잘 돼서 정말 좋다. 제가 만든 작품을 위해 많은 분들이 뛰어준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다. 제 책상 위에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에게 '스스로 만든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제가 한 말에 대해 나름대로 책임을 진 것 같아 다행스럽다". (윤)

"아직 종영이 되지 않았다. 원작 '미생'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제작진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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