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엄마검객'남현희"한아이라도 더 안아줘야죠"

"한 아이라도 더 안아주고 가야죠."

지난 23일 일요일 이른 아침,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동방사회복지회 건물에 '엄마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가 사뿐사뿐 들어섰다.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문앞에 서더니, "아, 아기 울음소리 들려요"라며 반색했다. 부모의 보살핌을 기다리는 아기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동방영아일시보호소'였다. 몇몇 아기들의 머리맡엔 '국내 입양 예정'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분홍빛 가운을 챙겨입은 남현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갓난아기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19개월 딸' 하이 엄마인 '펜싱스타' 남현희는 19일 동방사회복지회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지인의 소개로 '아기돌보미' 봉사를 하다 '홍보대사'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남현희는 "그저 이름만 올려놓는 홍보대사는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25일 올시즌 첫 국제대회인 이탈리나 토리노 플뢰레월드컵 출국을 앞두고 아기들을 찾았다. "대회 전에 아기들 얼굴을 보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같다"며 웃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지 않은 주말 아침은 유난히 바쁘다. 보육교사 한명이 10명 남짓한 아기를 먹이고 씻겨야 하는 상황, 배고픈 아기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곳 아기들은 혼자서 자고, 혼자서 먹고, 혼자서 놀아요"라고 한다. 태어난 지 3개월 미만의 아기들이 베개 위에 비스듬히 세워진 우윳병을 혼자 쪽쪽 빨아댔다. 남현희가 익숙한 솜씨로 아기를 번쩍 들어올려 무릎에 뉘였다. "옳지!" 눈을 맞추며 아침식사를 마친 아기는 평온한 표정으로 쌔근쌔근 잠들었다. '하이맘' 남현희는 빠르고 능숙했다. '큰일'을 본 기저귀도 망설이는 기색없이, 척척 갈았다. 작은 울음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바지런히 움직였다. '아기엄마'답게 불편한 곳을 금세 알아봤다. 한명의 아기도 빼놓지 않고 구석구석 살뜰히 살폈다.

김한욱 동방사회복지회 부장은 "TV에서 펜싱경기를 볼 때 전사같은 이미지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따뜻하고 좋은 엄마다. 아기들을 동시에 척척 돌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남현희는 세심했다. 아기들과 봉사자들을 위해 자신의 사진과, 사인,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수십장의 카드를 선물했다. 또박또박 눌러쓴 카드엔 '너희들은 세상에 소중한 존재란다. 늘 웃음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할게'라고 씌어있었다. 남현희는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기들을 보면서, 사회에서 소외돼서 살게 되면 어쩌나 싶어요.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잖아요"라고 했다. "저로 인해 크게 알려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분들에게 이런 곳이 있구나 알려드리고 함께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5연패,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엄마검객' 남현희는 따뜻했다. 최근 장미란재단 주최로 대구체고에서 열린 장미운동회에도 멘토로서 힘을 보탰다. 홍보대사답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도 동료, 지인들에게 봉사를 적극 추천했다. '너무나 예쁜 아기들이 생활하는 이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저도 엄마인지라 우는 아기들 보면 모두 다 안아주고 싶은데, 아기들이 많다보니 손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봉사할 의사가 있는 분들은 언제든 방문하셔서 두돌 넘지 않은 아기들을 돌봐주실 수 있습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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