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고백한 장원준 제시액 88억 공개이유

2014. 11. 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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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스포츠동아DB

롯데가 프리에이전트(FA) 우선협상 마감일인 26일 소속 선수였던 장원준, 김사율, 박기혁과의 협상 결렬에 대한 보도 자료를 냈다. 롯데는 '장원준에게 4년 총액 88억원(보장액 80억원, 옵션 8억원), 김사율 3년 13억원(보장액 10억, 옵션 3억원), 박기혁 3년 10억원(보장액 6억, 옵션 4억)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소속구단이 타결 실패 뒤 제시액을 발표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왜 롯데는 이런 파격을 감행했을까? ● 롯데-장원준 협상 테이블에서 무슨 일이?

롯데가 장원준에게 총액 88억원을 최초이자 최종안으로 제시했던 24일 협상장의 풍경을 롯데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당시 롯데 이윤원 단장은 장원준에게 총액 88억 원짜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제안을 하나 더 했다. "장원준 선수가 우리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롯데는 이 제시액을 공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장원준은 잠시 물끄러미 있더니 이렇게 답했다. "제가 이 액수에 사인 안하고 다른 구단과 더 적은 액수에 계약하려면 어쩌시렵니까?"

이 단장은 이 순간, 협상 결렬을 직감했던 것 같다. 장원준의 귓속에 '롯데보다 무조건 많이 주겠다'는 타 구단의 은밀한 속삭임이 있었음을 느낀 것이다. 그래도 롯데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26일 오후 8시 경, 프로야구 FA 역사에 기억될 사상 초유의 '제시액 공식 발표'를 했다. 이 단장은 발표 직후 통화에서 "장원준도 동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액이 공개되는데 장원준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롯데가 액수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고, 그런 만큼 배신감이 컸기 때문이다.

● 롯데는 88억을 왜 깠을까?

만약 장원준이 이 액수에 사인했다면 SK 최정(4년 86억원)이 세운 FA 최고액을 넘어설 수가 있었다. 롯데 이 단장은 "롯데 팬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액수 공개는 반드시 필요했다"라고 공개 이유를 말했다. '반드시 장원준을 잡겠다'고 선언한 만큼 놓쳤다면 팬들에게 이를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고 믿은 데 따른 행동이다.

이 단장은 '롯데사태'로 긴급투입 된 '초짜' 프런트다. 이런 이 단장이 FA 제시액 공개란 파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FA 몸값 거품의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단장은 "장원준에게 탬퍼링(사전접촉) 금지 규칙을 위반한 팀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장원준을 데려갈 팀은 88억원을 훨씬 넘는 액수를 공표해야 여론의 수긍을 끌어낼 수 있다. '이면계약'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졌기에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될 판이다. 롯데가 어찌 보면 FA 역대 최고액 계약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해냈다. 자체 FA를 1명도 못 잡았어도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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