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그 입 다물라"..소비자에 재갈 물리는 기업들

김현주 2014. 11. 2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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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단점을 지적한 후기에 대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소비자 후기에 대해 기업체가 명예훼손 등의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작성자 동의 없이 30일간 글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이건 명예훼손이에요"…작성자 동의없이 30일간 게시물 차단

A씨는 치킨을 주문했는데 상자 한 가운데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쿠폰이 있어야 할 자리인데 없었고, 확인 결과 해당 점주가 이 쿠폰만 몰래 떼어내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킨 소스 역시 같은 회사 다른 점포 제품과 사진만 비교해봐도 티가 날 정도로 부실했다.

이에 A씨는 '서비스가 형편 없다'라는 내용의 후기를 온라인상에 남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기업이 명예훼손 문제를 제기해 그 후기는 인터넷상에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한 대기업 세탁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B씨는 10개월 전 세탁기를 구입했는데, 세탁기 부품 여기저기에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구입한 지 1년도 안됐는데 빨래만 했다 하면 먼지가 붙어 나온 것.

B씨는 블로그에 '거름망이 있어도 소용이 없더라', '사기 당했다', '이 기업 세탁기는 사지 말라'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 공감하는 댓글이 300건 이상 달렸지만 해당 후기는 올린 지 20여일만에 온라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해당 기업이 명예훼손이라며 포털사이트에 게시 중단을 요청해 차단했기 때문이다.

◆ 제품 후기,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 강해…"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같은 후기들은 명예훼손에 해당될까. 제품 후기는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강해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나온 대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은 소비자 후기에 대해 기업체가 명예훼손 등의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작성자 동의 없이도 30일간 글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의 입장을 감안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당신이 '사이버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됐다면?

한편, 최근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SNS의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법적인 분쟁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문제된 게시글이나 댓글을 캡처해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해당 사이트를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삭제 또는 차단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해 고소장을 작성한 뒤 증거자료와 함께 사건을 접수하면 된다. 하지만 방문이 어려울 경우에는 사이버경찰청 신고민원 포털을 통해 사건을 접수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상의 상호 비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허위사실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빈번해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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