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캠의 힘.. 사라질 뻔한 곡 기사회생

인현우 입력 2014. 11. 27. 04:49 수정 2014. 11. 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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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의 셔플 플레이]

한국일보 문화부에서 대중가요를 담당하는 인현우 기자가 대중가요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현상과 숨은 이야기를 모아 격주로 목요일자에 연재합니다. 코너 제목 '셔플플레이'는 무작위 재생을 뜻합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엑시드(EXID)'가 8월에 발표한 곡 '위아래'가 23일 갑자기 음원 순위표의 상위권에 올랐다.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엑시드 멤버 하니의 공연 모습을 찍은 '직캠'이 큰 화제가 되면서 일으킨 현상이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질 뻔한 곡이 팬들의 직캠 덕분에 깜짝 부상한 것이다.

직캠은 직접의 '직'과 카메라 혹은 캠코더의 '캠'을 합성한 신조어로, 가수의 무대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 것을 말한다. 직접 찍은 사진을 가리키는 '직찍'에서 파생된 단어다. 해외에서는 '팬캠'이라고 부르는데 콘서트 현장의 분위기를 공유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와 달리 한국의 직캠은 주로 아이돌 그룹의 행사를 카메라에 담으며, 최근에는 무대 전체를 촬영하기보다는 가수나 그룹의 멤버 개개인을 따라다니는 '세로직캠'이 유행이다.

걸그룹 엑시드의 멤버 하니. '위아래' 직캠에서 캡처.

직캠은 원래 방송에 나오지 않는 무대까지 모두 영상으로 소장하려는 유명 아이돌 팬덤의 요구로 인해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크게 유명하지 않은 아이돌 그룹 영상도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여러 그룹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대학교 축제나 지방 행사에 카메라를 들고 간 팬들이 찍어서 올린 것들이다.

인터넷의 유명한 직캠 촬영자들은 고화질 영상을 만들기 위해 비싼 장비를 동원하며 팬덤 사이에서는 1인 언론으로 취급된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들도 대부분 직캠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으며, 영상의 질이 워낙 높기 때문에 기획사에서 역으로 영상을 구입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멤버 한 명만 따라다니는 최근의 직캠은 아이돌 그룹 팬들의 관음증적인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엑시드의 영상이 화제가 된 것도 안무에 강렬한 성적 코드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음원 순위표의 상위권으로 올라가야만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오늘날 음악산업의 현실 속에서는 직캠을 통해 얻는 관심조차도 아이돌 그룹에게 소중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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