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산·유화 부문 단숨에 업계 톱.. 경영승계 대비 포석도

강철원 2014. 11. 2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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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빅딜

정밀기계 강점 삼성테크윈 인수, 방산업계 4위서 껑충…시너지 극대화

대형 M&A로 또 한번 덩치 키워… 삼성 계열사 인수 상징성까지

한화그룹이 삼성의 화학·방산 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26일 오후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에서 직원들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한화그룹이 또 한번의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외형을 키우면서 단번에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 최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 계열사를 인수했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업계 4위 수준인 1조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증가, 1위 업체로 등극했다. 특히 2위권 업체들과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면서 그룹의 모태인 방산부문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는 이번 빅딜을 통해 양적 성장뿐 아니라 특히 방산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테크윈은 영상보안장비(CCTV)와 가스터빈 및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정밀기계업체다. 탄약과 유도무기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화가 정밀기계와 전투지휘통제, 레이더 장비에서 경쟁력이 있는 삼성테크윈과 결합하면 방산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화는 또 삼성테크윈의 사업영역인 로봇 무인화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공장자동화와 초정밀 공작기계, 태양광 제조설비 등의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인수하면서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도 현재의 2배 이상인 18조원을 돌파해 업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는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 톤으로 증대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으며, 기존 에틸렌 위주의 생산에서 폴리프로필렌과 파라자일렌까지 제품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삼성토탈 인수로 외환위기 과정에서 철수했던 정유사업에도 15년 만에 다시 진출하게 됐다.

한화는 M&A로 사세를 확장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인수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한화케미칼을 일궜고, 1985년에는 명성콘도와 한양유통 인수로 레저와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2002년에는 보험업계 2위 업체인 대한생명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독일업체를 사들여 태양광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는 이번 삼성과의 빅딜로 자산이 50조원 규모로 늘어나 재계서열 9위로 뛰어올랐다. 한화 관계자는 "그 동안의 M&A가 신사업 진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빅딜'은 주력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사됐다"고 전했다.

한화는 인수대금 지급과 관련해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가 2년에 걸쳐, 삼성종합화학을 사들이게 될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3년에 걸쳐 나눠 지불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인수주체인 3개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향후 벌어들일 수익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부족할 경우 보유 자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를 들어 자금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화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빅딜'을 김승연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지어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한화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김 회장이 22.65%로 최대주주이지만 장남 동관(31)씨와 차남 동원(29), 삼남 동선(25)씨 지분은 각각 4.44%, 1.67%, 1.67%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형제 소유의 시스템통합업체인 한화S&C가 몸집을 키워 ㈜한화와 합병한다면 삼형제의 그룹 지배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번에 인수주체로 나선 한화에너지가 한화S&C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빅딜이 승계과정에서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서는 이번 빅딜이 주력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경영승계에도 대비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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