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도 가나다군 모집? 탁상행정에 혼란 가중

김아영 기자 2014. 11. 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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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엔 유치원 입학도 입시라고 할 만큼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무제한 중복지원이 가능했던 탓에 경쟁률도 치솟고 당첨되면 나머지는 줄줄이 취소하는 혼란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유치원을 가, 나, 다 군으로 나눠서 각 군 별로 한 번씩만 지원할 수 있게 한 개선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뉴스 인 뉴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관할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 아이의 유치원 모집 일정을 확인한 주부 정 모 씨, 황당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정 모 씨/유치원 입학 대상 아동 엄마 : 더 헷갈리고 화가 난다는 거죠. 유치원을 보내지 말라는 의미밖에 없는 것 같아요.]

통학 가능한 거리의 유치원 5곳이 모두 가군에 몰려 있고, 나와 다군에선 지원할 곳이 없었습니다.

[세 군데로 나눴다고 하면 세 번은 지원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원서 접수를 한 군데밖에 못 하겠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곳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제 공개된 서울시내 유치원 모집 일정표를 살펴봤더니, 서울 북부지역에선 가군에 80%가 몰렸고, 나군이 20%, 다군에 해당하는 유치원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 밖에도 상당수 지역에서 다군을 선택한 유치원이 없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유치원 사정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다 보니, 일정이 빠른 가군으로 집중됐기 때문인데, 애초에 지역에 따른 고려가 없었던 겁니다.

[ㅇㅇ교육지원청 직원 : 다른 유치원이 아이를 선점하면 어쩌지 이런 염려 때문에 빠른 일정에 몰렸는데, 강제적으로 배치할 권한은 없어서….]

중복지원의 폐단을 줄이겠다며 가나다군을 도입하긴 했지만, 실제로 중복 지원을 걸러낼 수 있는 마땅한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교육당국을 따랐다가 피해만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 모 씨/유치원 입학 대상 아동 엄마 : 어린이집 지원 안 하겠다는 얘기도 있어서 유치원으로 몰려 버리니까 경쟁률은 더 높아지고 보낼 곳은 없고. 그런데도 한 군데밖에 지원을 못 하는 거예요.]

아예 교육청 제도를 따르지 않겠다는 유치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ㅇㅇ유치원 직원 : 저희 가나다군 안 해요. 지원금 받는 것이랑은 별개라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서울시교육청 직원 : 대안을 마련해서 부모님들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금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도입한 개선안이 유치원 입학을 둘러싼 혼란만 더 키웠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조무환, VJ : 도진택)김아영 기자 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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