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비정규직 양산 원인 '엉뚱한 진단'

2014. 11.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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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규직 과보호탓 기업이 사람 못뽑아"

노사정위 회의 앞두고 여론몰이"월급 계속 올라 감당안돼"임금체계 바꿔야한단 발언도노동계 "아래를 끌어올리지 않고정부가 하향평준화하려 해"

기획재정부 쪽의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터에 이번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정규직 과보호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다음달 2일 예정된 노사정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정규직 보호 규제완화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원인을 정규직 보호에서 찾는 정부의 인식이 현실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나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25일 충남 천안시 케이비(KB)천안연수원에서 연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등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정규직은 계속 늘어나는데 월급도 계속 오르니 기업이 감당할 수가 없다. 사회 대타협을 통해 조금씩 양보를 해서 (노사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연공임금체계(호봉제) 개편, 임금피크제 확대, 통상임금 축소 등 어떤 식으로든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해고 요건 완화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정규직 과보호론'은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정규직 고용 합리화'라는 표현으로 담기기 시작했고, 지난 7월 최 부총리가 취임한 뒤 본격화됐다. 최 부총리는 경기 부진의 원인을 민간소비 둔화에서 찾으며 가계소득 증대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해법으로 내세웠지만, 다른 한편에선 정규직의 임금체계, 고용보호 등에 관한 불만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한번 뽑으면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주저한다"(방송기자클럽 토론회), "60살 정년이 제도화된 만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한경밀레니엄포럼) 등의 발언이 그 예다.

지난 24일 기재부 핵심 관계자가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최 부총리가 25일 다시 정규직 과보호를 강조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위 회의와 다음달 나올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정위는 지난 8월 한국노총의 참여로 재가동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이중노동시장(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 사회안전망 강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60살 정년 연장 등 5대 노동현안 논의를 위해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가 운영되고 있다. 특별위는 지난 21일 3차 전체회의를 연 데 이어, 다음달 2일 4차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노사정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내에 특별위에서 이중노동시장 등 5대 현안에 대해 기본 방향을 확정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타협안 도출을 시도했으나 노사정 간 이견으로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재부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집중 제기하는 것은 여론전을 펴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로 대표되는 '이중노동시장'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된 오래된 문제이지만, 풀기 쉽지 않은 난제다. 고용노동부 자료(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2008년 이후 상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임시·일용직 노동자에 견줘 다소 증감은 보이지만, 항상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이중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뜻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이중노동시장의 원인을 정규직 과보호에서 찾는 시각 자체를 문제삼는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크다면 위를 끌어내리지 말고 아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하향평준화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재벌 대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 비중이 높은 상황을 들어 정규직 과보호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이익을 정규직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통계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정규직 때리기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중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현재 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개혁하는 등 좀더 넓은 차원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노동경제학)는 "정부가 말로는 독일, 네덜란드를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90년대 유행했던 영미식 노동유연화 담론을 좇고 있다"며 "미국은 고용보호를 받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전종휘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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