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의 짙은 그림자.. 포주 잡고보니 상당수가 청년

서민준기자 입력 2014. 11. 26. 18:23 수정 2014. 11. 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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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돈벌이 유혹 못이겨 올 기소자 중 63%가 20~30대인터넷 영업 활성화 영향으로 오피스텔 성매매 급증도 한몫

A(23)씨는 대학을 갈 형편이 안돼 스무 살 때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웨딩홀과 주유소·물류회사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박봉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고 번듯한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구직자 스펙을 엄청 따지는데 저 같은 고졸이 제대로 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아 고민하던 때에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범법을 한다는 죄책감에 망설였지만 손님을 안내하고 '아가씨'를 관리하기만 하면 월 150만~170만원이 들어온다는 말에 지원을 하고 말았다. 몇 달 일을 해보니 할 만했다. A씨는 이참에 직접 운영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아놓은 돈과 빌린 돈을 합쳐 오피스텔을 빌렸다. 그는 "방 세 개 보증금·임대료 720만원에 침대·탁자 등 비품 구입비 300만원, 광고료 300만여원 등을 다 해도 초기 자본금이 1,500만원이 채 안 들었다"고 전했다.

성매매 전문 사이트에서 광고를 해 성매매 여성을 구하고 가게 홍보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워낙 소규모인데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니 단속에 걸릴 일도 없었다. 과거에 했던 일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손쉬운 돈벌이였다.

하지만 잘못된 일을 한다는 죄책감이 들고 손님도 생각보다 적어 일을 접으려고 하던 즈음 경찰의 단속을 맞고 말았다. 그는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 성매매 알선은 조직폭력배나 유흥업계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이 하는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집창촌 단속으로 성매매 사업이 소규모화된데다 인터넷 영업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일반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취업난 속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들이 성매매 업소 운영에 뛰어드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황은영 부장검사)의 성매매 전담검사실에 따르면 올 들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동안 성매매 알선을 하다 기소된 업주 114명 가운데 40.4%는 20~34세 청년이었다. 20~30대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60.1%다. 최연소 포주는 스물세 살에 불과했다.

황은영 부장검사는 "조폭 등이 성매매업을 도맡아 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20~30대 포주들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청년 포주의 증가는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는 일명 '오피걸'이 대세가 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주 114명 가운데 오피걸 운영은 90명(78.9 %)에 이르렀다.

오피걸의 경우 오피스텔 방 몇 개만 빌리면 되기 때문에 유흥업소·마사지업소에서 성매매를 겸하는 경우에 비해 투자비가 훨씬 적다. 집결지 위주의 성매매 알선은 신분이 노출되기 쉽고 기존 업주들의 텃세도 심하지만 오피걸은 2~3개월의 단기 계약을 맺고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얘기다.

온라인 영업이 활성화된 것도 인터넷에 익숙한 청년층에게 유리한 요소다. A씨가 전한 것처럼 성매매 여성 구인·홍보·손님예약까지 웬만한 일은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올해 초 오피걸을 운영하다가 적발된 B(27)씨는 "풀살롱의 경우 초기 자본금이 최소 억 단위지만 오피걸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하고 운영도 쉽기 때문에 젊은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며 "실제로 40대 이상이 오피걸을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젊은 포주의 증가는 청년 취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년층을 비롯한 성매매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런 일을 하면 큰 손해를 본다는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은 성매매 알선으로 적발돼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약식 기소 처분이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300만~500만원의 벌금만 내고 다시 버젓이 성매매 장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의식해 검찰은 성매매 알선범을 정식 재판에 넘기는 비율을 지난해 21.7%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29.8%까지 늘렸지만 아직 '엄벌 기조'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성매매 업주와 경찰의 유착도 문제다. B씨는 "업주 대다수는 100만원씩 모아 주기적으로 해당 구역 경찰서 광역수사대에 단속 무마 명목으로 준다"고 전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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