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취업사기 '알고도 당하는' 구직자들

임주현 2014. 11. 26. 15: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이 모 씨(25)는 최근 구직사이트 '알바몬'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지원서를 냈다.

높지 않은 연봉이지만 주 5일 근무에 쥬얼리점 사무직이라서 일도 마음에 들었다.

귀금속 주문 제작으로 많이 알려진 업체라서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지원 하루 만에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1차 서류 합격 통보였다.

이후 전형절차는 재빠르게 이뤄졌다. 며칠 후 매장을 오픈한다며 시간상 면접은 생략한다고 했다. 대신 다음날 오전까지 사원 정보와 협약서, 출입증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출입증 신청서를 강조했는데, 귀금속을 다루는 업체 성격상 보안에 철저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사원 편의를 위해 보안카드에 은행 업무를 같이 볼 수 있도록 체크카드 기능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급여용 계좌와 연동되는 체크카드를 만들어 퀵서비스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보안카드와 체크카드는 서로 비밀번호가 같아야 제대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없다며 재촉하는 안내전화에 이 씨는 회사가 요구하는 걸 모두 보내줬다.

출입용 보안카드를 출근도 하기 전에 만든다는 것이 내심 이상하긴 했지만, '어차피 곧 다니게 될 회사니까'라는 마음으로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합격의 기쁨은 금세 절망으로 돌아왔다.

다음날까지 연락을 주기로 했던 업체는 연락 두절됐고, 구인 공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사기 당했다고 직감한 이 씨는 112에 신고했고, 이 씨의 통장에 있던 58만원의 돈이 소리도 없이 빠져나간 걸 확인했다.

모르는 사람들의 돈 600만원이 입금됐다 빠져나간 정황도 발견했다. 대포통장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 씨는 경찰에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구인사이트 게시판에는 이 씨와 비슷한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글이 올해에만 100건 가까이 접수됐다.

피해사례를 종합해보면 해당 업체는 수시로 업체명을 바꿔가며 지난 수개월 간

같은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령회사들의 사기행각이 계속될 수 있는 건 구인사이트가 이들을 사전에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업체가 구인공고를 올릴 때 믿을만한 업체인지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고 있다. 다만 업체가 돈을 내고 게시하는 '유료 공고'일 경우 사후 심사를 하는데, 올라오는 공고가 워낙 많다보니 사기업체를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사전 심사를 받는 '무료 공고'의 경우도 안심할 순 없다. 심사를 무사히 통과한 뒤 전형정보를 바꾸거나 구직자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제도 도입과 취업사기 안내문 게시, 정보 공유 게시판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속전속결로 치고 빠지는 사기업체들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구인사이트 관계자도 "반복되는 취업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업체 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100% 차단하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자료사진>

때문에 일각에선 구직자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씨가 당한 수법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2-3년 전부터 유행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구닥다리' 수법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비상식적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절박한 구직자 입장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연말 취업시즌마다 취업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양주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김선삼 경감은 "간절한 마음에 자신의 금융정보나 개인정보를 업체에 함부로 줘선 안 된다"면서 "극단적인 경우 오히려 본인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구직 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장의 양도 또는 대여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할 경우에 한하지만, 본인 과실이어도 자신의 피해를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경우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유출된 금융정보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시켜야 한다.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나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개인정보 도용 여부도 확인해 조치하는 것이 좋다.

경찰청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이버캅' 어플리케이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화나 문자가 왔을 때 사기 범죄에 이용된 번호인지 여부를 알려주고 각종 사이버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공지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어 유용하다.

임주현기자 (leg@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