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에 중국산 전동차가 달린다?

김봉수 2014. 11. 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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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서울메트로, 연내 국제경쟁입찰로 전동차 신규 도입 예정..중국업체 참여 허용 방침에 국내 업체들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노후 지하철 전동차 교체 문제가 서울 시민들의 시급한 안전 현안으로 대두된 가운데, 중국산 전동차 도입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연간 5000억원에 이르는 지하철 적자를 감축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중국업체들이 참여하는 국제 입찰을 추진 중인데, 국내 독점인 현대로템과 부품 납품 중소기업들은 중국산 전동차를 도입할 경우 기술이 유출되고 국내 업체가 큰 타격을 입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최근 최대 30년 이상된 전동차의 노후화에 따라 잇딴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냉난방 등에 대한 시민 불만이 늘어나자 전동차 구매 계획을 세웠다. 이르면 올해 내에 2700여억원을 들여 전동차 200량을 구입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 2022년까지 약 80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600량의 새 전동차를 구입, 노후 전동차를 대신해 투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1호선 및 국철 구간을 운영하는 코레일도 노후 전동차 교체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 모처럼 '큰 장'이 섰지만 관련 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시가 중국업체를 포함한 국제 경쟁 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이달 초 중국 방문 당시 기자들에게 전동차 입찰과 관련해 "어떤 경우라도 독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사회에서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 맞다. 내구성이 좋다면 구태여 국내 회사만 고집하진 않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 전동차 도입 가능성을 적극 시사했다.

이처럼 시가 중국산 전동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싼 가격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 인건비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노동력과 표준화된 대량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전동차량 가격도 국산보다 4억원 이상 싼 가격에 팔고 있다. 시 입장에선 서울메트로의 도입물량 600대를 사면서 최대 2000여억원을 절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지하철 한 관계자는 "차량당 1억원씩만 덜 주더라도 현재 연간 5000억원의 적자가 나는 서울 지하철의 재정 형편에서는 감지덕지한 일"이라며 "최근 들어 중국업체들의 기술도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어 안전성·편의사양 등의 조건만 만족된다면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3사 통합 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로템과 하청을 맡은 중소부품업체들은 중국업체의 입찰 참여가 국제관례·상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기술유출, 토종업체 몰락,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중소부품업체들은 지난 9월과 이달 중순 두 차례에 걸쳐 입찰 실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서울메트로 앞에서 중국업체 입찰 배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현대로템 등에 따르면 전동차량 국제시장의 관례상 자국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국가의 업체는 어떤 국제 입찰에도 참여시키지 않는 게 원칙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2개 업체가 자국시장을 독점하면서 타국 업체들에 문호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에는 그동안 한국 시장의 국제 입찰에도 참여시키지 않아 왔다. 또 중국업체가 전동차량을 납품하게 될 경우 부품을 국산으로 조달하는 조건을 달더라도 이 과정에서 설계도 등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유연한 설계변경이나 부품의 지속적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자국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중국 업체를 유독 한국시장에만 발을 들이게 해준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서울시가 원하는 것이 가격 인하라면 표준화된 설계·부품 조달이나 불필요한 장식 제거 등 안전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도 충분히 조건을 맞춰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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