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강화된 금융실명제법 시행 D-3.. 부자들 돈 벌써 숨었다

선정수 기자 입력 2014. 11. 26. 05:49 수정 2014. 11. 2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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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뭉칫돈 엑소더스.. 은행서 인출 후 자취 감춰

강화된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거액 예금주들의 돈이 은행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차명거래를 막기 위해 규제가 강화되자 오는 29일로 다가온 시행일을 앞두고 과세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뭉칫돈을 빼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런저런 이유로 시중은행에 차명으로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중산층은 혹시 과세 또는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액 예금자가 가장 많은 하나·신한·우리은행의 10억원 이상 예금 총액은 지난달 14조4000억원으로 지난 4월보다 3조원 이상 줄었다. 지난 5월 초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고액 예금자들이 뭉칫돈을 빼내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10개 시중은행의 잔액 1억원 이상 개인 계좌에서 인출된 돈은 484조5000여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9조원이 더 빠져나갔다.

민 의원은 "5월까지는 고액 예금 인출액이 작년보다 줄어들다가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고액 예금 인출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명 금융계좌를 사실상 완전히 금지하고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는 등 금융실명제가 강화되면서 차명계좌나 가족 간 분산 계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비과세 보험이나 금·은 등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당 5000만원가량인 골드바 판매량은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어올랐다. 실버바의 인기도 급상승해 지난 4월 470㎏이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뛰더니 지난달에는 980㎏으로 늘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최근 가파르게 증가했다. 처벌을 피해 차명계좌에서 빼낸 돈이 결국 비과세 상품으로 몰리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부유층 자산 관리를 해주는 프라이빗뱅킹(PB·Private Banking) 센터에는 금융실명제 강화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PB들은 예금을 인출해 현금 또는 금을 보유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실명제 강화가 부유층의 현금보유 성향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61.7%에 이르던 한은의 5만원권 환수율은 올해 1∼9월 24.4%로 급감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얼마 되지도 않는 은행 이자를 바라고 차명계좌 보유의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현금을 갖고 있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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