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케아 광명점 가보니.. 물건 많은데 '마음'이 안 가네

김설아 기자 입력 2014. 11. 26. 05:20 수정 2014. 11. 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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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진출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이케아앓이女)"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 같아 구입하고 싶지 않다."(이케아 불매운동男).

오는 12월18일 국내 상륙을 앞둔 '가구공룡' 이케아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케아에 등 돌린 소비자가 더 늘어난 분위기. '고가격 논란'에 이어 '일본해 표기 세계지도'로 며칠간 융단폭격을 맞은 탓이다.

덕분에 이케아코리아는 긴박해졌다. 오픈을 한달여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이케아코리아는 '매장 선공개' 카드를 빼들었다. 이케아가 공식 오픈 이전에 매장 내부를 공개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 이케아코리아는 기자들을 초대해 매장 내부시설과 룸세트를 공개하고, 그간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류승희 기자

◆한번 들어서면 2시간은 '기본'

지난 11월19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한 이케아 1호점을 찾았다. KTX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니 광명역까지 약 17분 만에 도착했다. 광명역에 내려 이케아까지는 차로 3분, 걸어서도 15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를 지나 진입로에 들어서자 이케아의 상징인 파란 건물이 위용을 과시했다. 바로 옆으로는 롯데 아울렛 공사가 한창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건설됐다. 지하 3개층이 주차장이고 1층(홀별 상품 적재 공간, 1층과 2층의 통합)과 2층(쇼룸)으로 구성돼 있다.

이케아 매장은 크게 쇼룸과 마켓홀로 구분된다. 2층에 이케아 주력상품인 가구코너가 있으며 이를 세분화하면 거실, 다이닝, 주방, 서재, 침실 등 총 27개 섹션으로 나뉜다. 이날 공개된 현장은 홈텍스타일(침장류, 벽지, 커튼, 카펫 등)과 거실, 침실, 아동용 소품 코너 등 일부였다. 그나마 정리가 마무리된 곳들이다.

공사 자재와 종이상자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쇼룸. 4평 남짓 되는 공간을 다양한 콘셉트를 담아 꾸며놨다. 신혼부부가 사용하면 알맞을 거실부터 아이 맞춤형 공간, 10대 소녀가 보면 반할만한 핑크빛 침실 등 실존하는 듯한 타입별 쇼룸이 준비돼 있었다.

매장 투어를 안내한 요한슨 광명점장은 "이케아 쇼룸은 다른 가구매장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광명점에는 68개의 스타일별 쇼룸이 조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쇼룸에는 비교적 저렴한 상품이 진열됐다. 소파, 수납장, 선반, 스탠드, 인테리어 소품, 액자, 커텐, 테이블 등 비치된 제품에 붙은 가격표를 합산해 본 결과 쇼룸 하나를 기준으로 100만원 안팎이면 쇼룸에 있는 모든 제품 구매가 가능했다. 반면 쇼룸 앞에 마주한 소파 진열대에는 소파 하나가 100만원대를 넘기도 했다.

매장 내부 구조는 미로처럼 짜여져 있다. 매장 입구를 지나 쇼룸·카페테리아를 거쳐 마켓홀이 나오는 단층 구조지만 고객들은 일단 2층에 올라간 후 70여개의 쇼룸과 생활소품 코너를 지나 1층 제품 창고로 이어지는 동선에 따라 쇼핑하게 된다.

구매 방식에도 일장일단이 있다. 쇼룸에서는 종업원 없이 마음껏 둘러보며 제품을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지만 점찍은 물건을 바로바로 카트에 담을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었다.

이케아 관계자는 "고객들은 매장을 둘러보면서 자기가 찍어둔 제품(상품번호)을 메모하고 1층 창고에 내려가 조립 전 상태인 부품을 직접 찾아서 담은 뒤 계산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케아 관계자는 "입구에서 출구까지는 동선을 따라 빠르게 걷거나 사잇길로 빠지면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식당에서 차도 마시고 천천히 매장을 구경한다고 봤을 때 전체를 둘러보면 2~3시간이나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이케아의 전략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가구 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 매장에서 고객은 왕이 아니다. 매장에 오래 머물면서 이케아 매장의 레이아웃 전략에 빠지는 을과 같은 존재"라며 "계산대를 지나지 않고서는 별도 통로가 없도록 설계한 것도 생활 잡화나 소품 하나라도 사지 않고는 나갈 수 없도록 고객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리테일 매니저.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여론 무마용 매장 공개 '눈살'

이케아는 이날 매장 투어에 앞서 그간 논란에 대한 해명의 자리를 가졌다. 우선 최근 불거진 '일본해 표기 논란'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리콜 의사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고가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해외보다 싸게 파는 제품이 있다"고 항변했다. 앤드류 존슨 이케아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나라별 가격 차이에 대해 "각 나라마다 다른 시장과의 관계성 때문"이라며 "수납장, 협탁, 사무용 의자, 매트리스 등 국내에서 보다 낮게 책정된 상품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존슨 매니저는 미국에서 27만원에 판매하는 베스토 TV 장식장을 국내에서 45만원에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선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케아코리아 측의 이날 행사는 급작스럽게 진행된 모습이 역력했다. 해명의 시간만 1시간을 훌쩍 넘겼고 매장 투어는 30분이 채 안돼 마무리됐다. 누가 봐도 준비가 부족한 행사였다. 이 때문인지 '최초 매장 선공개' 카드는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이케아 측의 보여주기 식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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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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