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껴 파는 시대 왔다
공장·빌딩·목욕탕 등에서 아낀 전기를 되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개설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날부터 전기 사용자들이 전기를 절약한 만큼 한국전력이 정산금을 지급해 주는 '네가와트(Negawatt) 시장'의 입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네가와트란 전력 단위인 메가와트(megawatt)와 네거티브(negative)의 합성어로 절대 발전량을 늘리지 않고도 절전이나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얻어지는 잉여에너지를 의미한다.
전기 사용자는 1년에 얼마만큼의 전기를 아끼겠다고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한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 사용자에게 전력계량기·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설치해주고 에너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절감량을 전문적으로 관리한다. 이렇게 모은 전기를 한전에 팔기로 계약을 맺는다. 한전은 kwH당 150∼200원 정도를 정산해주고, 수요관리사업자는 한전으로부터 받은 돈을 사용자와 나눠 갖는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아낀 전기를 어떤 시간대에,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에 팔지를 정해 입찰에 부친다. 이들이 써낸 단가가 발전사들이 써낸 것보다 낮아야 낙찰된다. 현재 이 사업에 참여한 수요관리사업자는 12곳이고 내년엔 19곳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날씨가 춥지 않아 전력수요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발전단가가 높지는 않을 전망이다. 날씨가 추워져 전력수요가 늘면 화력 등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기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발전단가가 높아지고 '아낀 전기'가 낙찰될 확률도 커진다.
정부는 네가와트 시장이 계획대로 운영될 경우 2017년 약 190만㎾의 전력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4대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다. 한전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 사업을 국내 정착시킨 뒤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인도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가와트 시장은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라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네가와트 시장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아낀 전기가 비싼 발전기를 대체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고, 발전기와 송전탑 등을 덜 세워도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수천억원의 발전소 건설·운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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