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창법이 먹히고, 로맨스 없이도 통하고.. 비주류의 감성에 젖다

박경은 기자 입력 2014. 11. 25. 21:35 수정 2014. 11. 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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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흥행공식 안 따르고 정형화된 틀 깨니 참신함에 열광비주류 채널들이 모험적인 시도로 대중문화 선도 새 흥행법칙 만들어

기존의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았고 정형화된 틀도 깼다. 지금까지의 관점에서 봤을 땐 도무지 먹힐 것 같지 않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빠져든다. 이전에 볼 수 없는 참신함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라고 불리던 흐름에 전혀 색다른, 세칭 비주류라는 감성이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 내지르지 않아도 좋다잔잔한 창법이 먹히고… '슈퍼스타K' 시즌6 우승 곽진언

지난 23일 <k스타 시즌4>(SBS)가 첫 방송된 뒤 온라인은 술렁거렸다. 참가자 이진아 때문이었다. 마치 헬륨가스를 머금은 듯한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하던 그가 연주를 시작하자 심사위원과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가수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던 리듬감과 멜로디의 자작곡을 그는 조근조근 말하듯, 읊조리듯 독특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홍대씬'으로 불리는 비주류 무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다소 심심한 듯한 창법.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대중성은 떨어질 법도 한데 그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박진영, 유희열, 양현석 등 심사위원은 극찬 세례를 이어갔다. 주요 차트에는 그의 노래가 곧바로 1위에 올랐으며 현재까지도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슈퍼스타K> 시즌6 우승자인 곽진언도 스스로를 비주류 스타일이라 칭했다. 중저음에 최적화된 그의 가창력은 끓어올라 터지는 듯한 고음도, 화려한 테크닉도 없었다. 기존 오디션이었다면 그의 우승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의 노래는 수줍은 듯 잔잔하게 다가오면서 이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지녔다.

Mnet 김무현 PD는 "그의 우승은 현재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뚜렷이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 이게 될까?안될 줄 알았는데 되고… tvN의 '삼시세끼'

tvN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는 말 그대로 하루에 세끼를 해먹는 내용이다. 강원도 정선의 농가에서 밥해 먹는 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내용은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으레 등장하는 힘든 미션이나 웃음을 유발하는 게임, 새로운 캐릭터 구축에 따른 갈등관계도 없다. 그저 두 출연자 이서진과 옥택연이 밥 세끼를 해 먹기 위해 애쓸 뿐이다. 기존 예능 작법과 상식으로 따졌을 땐 답이 안 나온다. 이서진은 초반부터 "곧 망할 프로그램"이라며 투덜댔고 시청자들 역시 "도대체 뭘 보여줄까"하며 약간의 불안감과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현재 지상파를 제치고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카메라가 담아낸 담담한 일상을 쪼개고 재배치해 촘촘한 이야기로 엮어낸 나영석 PD의 손맛에 시청자들은 색다른 예능의 재미를 느끼며 빠져 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한동안 양념 같은 존재였다. 어눌한 한국말로 '사랑해요 한국'을 외치며 웃음을 주는 역할에 머물렀던 이들은 요즘 예능의 중심이 됐다. JTBC의 <비정상회담>은 그 촉매제가 됐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고민과 문제를 나누면서 외국인을 이방인이 아닌 동시대의 '우리'로 묶어준 이 프로그램을 본 지상파들 역시 앞다퉈 외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을 잇따라 편성했다.

■ 없어도 끌린다로맨스 없이도 통하고… OCN의'닥터 프로스트'

통속적인 드라마의 공식으로 빠질 수 없던 것이 로맨스다. 그런데 요즘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있는 드라마는 남녀간의 로맨스를 말끔히 걷어냈다. 종합상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미생>, 범죄자들이 다른 범죄자를 잡는 이야기를 골자로 한 <나쁜 녀석들>,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심리수사극 <닥터 프로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웹툰 등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좀체 볼 수 없던 내용과 형식 및 갈등구조를 가졌다. 앞으로 방영될 웹툰 기반의 드라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TV평론가 김선영은 "웹툰이 현재의 대중문화계에서는 비주류 장르로 분류되고 있지만 신선한 자극과 새로움으로 주류 장르를 이끌고 있다"면서 "tvN, OCN, JTBC 등 소위 비주류 채널들이 모험적인 시도로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흥행 법칙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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