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 투병' 박승일 KBL 명예직원, 11개월 만에 정리해고

2014. 11. 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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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박승일 전 모비스 코치가 한국농구연맹(KBL) 명예직원을 1년도 채우지 못했다. 박 전 코치는 영문도 모른 채 사실상 정리해고 조치를 당했다.

박승일 전 코치는 지난해 8월15일 KBL 명예직원으로 위촉됐다. 박 전 코치는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첫날 경기가 열렸던 잠실학생체육관을 직접 찾아 명예직원 위촉식에 참가했다. 외출 자체가 쉽지 않은 힘겨운 발걸음이었다. 한선교 전 KBL 총재가 직접 박 전 코치의 목에 KBL 사원증을 걸어주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KBL은 박 전 코치에게 월 급여 50만원씩 지급하고 각종 복지 혜택도 일반 직원 수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박 전 코치는 "프로농구 현장에 나설 수 없는 몸으로 마음이 아팠는데, KBL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명예직원 자격을 줘 정말 감사하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박 전 코치의 KBL 명예직원 자격은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어이없게 박탈당했다. 한 마디로 이유 없는 해고를 당한 것. KBL은 박 전 코치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월 급여를 뚝 끊었다. 박 전 코치가 받은 월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단 11개월. 김영기 KBL 총재로 바뀐 시점이다. 당연히 일반 직원 수준의 각종 복지 혜택도 없었다. 전시행정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정 처리다.

박 전 코치는 일시적인 행정적 오류라고 생각하고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눈물이 복받쳤다. 박 전 코치의 여자친구인 김중현씨는 "1시간 동안이나 서럽게 눈물을 흘리더라. 그동안 KBL에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아픈 사람을 이용한 것 같은 배신감이 들었던 것 같다. 충격이 컸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전 코치는 한 글자도 쓰기 어려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박 전 코치는 "그땐 '승일아 그동안 많이 고생했지. 별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걸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교와 모사에서 안 해주던 것을 KBL에서 해준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도 들었다"고 글을 이었다.

이어 "루게릭병 환자 중 나와 같은 중환자들은 살아 있는 시체라고 말하고 싶다.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으며 숨도 기계로 쉰다. 이러니 반시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중병에 걸린 환자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나에게 그 돈은 돈 이상에 가치가 있다. 난 아직도 내가 왜 해고를 당한지 모른다. 이해를 할 수 없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따라야 하는 건지 장애인도 사람이라고 외쳐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KBL에서는 박 전 코치의 월 급여가 중단된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KBL 관계자는 "박승일 전 코치에게는 죄송하다. 올해 실행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현재 검토 중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왜 통보도 없이 명예직원 대우가 끊겼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하지 못했다.

박 전 코치는 연세대를 나와 실업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농구 유학을 마치고 2002년 모비스 코치에 선임됐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 중이다. 박 전 코치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다른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목표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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