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알려라" 망가지는 것 마다치 않는 여경들

입력 2014. 11. 25. 06:02 수정 2014. 11. 25. 0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투리 뉴스 진행하고, 놀이공원에서 말춤추고

사투리 뉴스 진행하고, 놀이공원에서 말춤추고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24일 저녁 퇴근시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도시철도 시청역 전광판에 경찰 근무복을 입은 여경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들어왔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민도 신기한 듯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경들은 걸그룹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고, 영상 곳곳에 가정폭력·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 사회악을 근절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상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대전지방경찰청 정선영 순경으로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정 순경 일행은 지하철과 놀이동산 등 대전지역 곳곳을 배경으로 힘찬 율동을 선보였다.

정 순경은 "놀이동산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려니 여간 민망한 게 아니었다"며 "너무 창피한 마음에 경찰관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순경은 또 다른 홍보 영상에서 피겨스타 김연아가 출연한 한 통신사 TV광고를 패러디해 학교 폭력을 근절하자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정 순경은 "국민 여신을 패러디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는데, 요즘은 영상을 봤다는 사람들이 종종 전화를 한다"며 "순간의 창피함으로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망가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전·충남지역 여경들이 '경찰과 시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출중한 외모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경찰 제복을 입은 여경들이지만, 똑순이 이미지보다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충남경찰은 경찰 소식과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 등을 전달하는 충남경찰 리포트를 사투리로 진행하고 있다.

노인 비율이 높은 충남의 특성을 고려해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최근 충남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송된 충남경찰 리포트 제41회는 '요즘 춥쥬? 좀 두텁게 입어유'라는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양수연 순경의 진행으로 시작했다.

눈을 감고 듣는다면 20대 여성이 뉴스를 진행하는 건지, 충청도 할머니가 뉴스를 진행하는 건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2분가량 진행된 뉴스에서 양 순경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서천경찰서의 사랑의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과 천안 서북경찰서의 다목적 기동 순찰대 이야기를 전했다.

또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늦잠을 자거나 수험표를 가져오지 않은 수험생들을 도와준 사례 등도 소개했다.

양 순경은 "나도 옛날에는 지각하면 그거(경찰 순찰차) 타고 가는 게 꿈이었는데, 난 못했슈"라며 우스갯소리를 한 뒤 "수능 끝나고 해방감이랑 연말 분위기가 더해져 청소년들이 방황할 수도 있는데유,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랑 사랑이 필요할 때예유"라며 뉴스를 마쳤다.

양 순경은 이날의 뉴스 진행을 위해 충청도 사투리를 하는 노인으로부터 1대 1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순경은 "뉴스를 녹화한 뒤 너무 창피해서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다"면서도 "뉴스를 본 동료나 마을 주민들로부터 재미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똑똑하면서도 얌전하고 일반 시민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여경들의 이색 변신이 경찰과 시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jkhan@yna.co.kr

'경비원 분신' 아파트, 경비원 전원에 해고예고 통보
'예금주 모르게 1억2천만원 인출' 사건 '미궁'
'E.H.카' 읽었다고 고문에 옥고…32년 만에 무죄
정체불명 전투기,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 공습
이병헌, '협박녀' 재판 출석…"있는 그대로 답했다"

▶ 이슈에 투표하고 토론하기 '궁금한배틀Y'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