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집에서] 박수 받아야 할 안선주의 스포츠맨십

2014. 1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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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통한 도전을 선택한 안선주. 출처=JLPGA 홈페이지

박인비(26 KB금융그룹)의 도전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흥미로운 도전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대한 해협 건너 일본 열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안선주(27 모스버거)의 도전이다.

안선주는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 사상 처음으로 60대 평균타수에 도전중이다. 달성될 경우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JLPGA투어가 출범한 1968년 이후 46년간 어느 누구도 60대 스코어의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는 없다.

안선주는 지난 주 다이오제지 엘르에어 레이디스 오픈에서 나흘간 14언더파를 쳐 마침내 60대 평균타수(69.9998타)에 진입했다. 이번 주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JLPGA투어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리코컵에서 나흘간 9언더파 이상만 기록하면 일본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일본 투어는 미국 투어 보다 코스 난이도가 높았다. 전장도 길었고 코스세팅도 까다로웠다. 아직까지 60대 스코어가 나오지 않은 이유다. 미국 투어와의 수준 차를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심오한 뜻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미국식 골프를 도입하지 않았다. 패전국의 자존심이었다. 후쿠시마 아키코, 요코미네 사쿠라, 후지타 히로유키 등 일본 정상급 남녀 프로들이 지나친 오버 스윙을 하는 이유도 미국식 스윙을 거부하고 일본인 스스로 독자적인 스윙을 개발한 데 있다.

대신 일본인들은 골프의 정통성엔 충실했다. 코스세팅의 원칙은 14개의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데 기초했다. 그래야 진정한 챔피언을 가릴 수 있다는 철학이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LPGA투어가 6200~6300야드 대의 코스에서 경기하던 90년대 초, 중반 일본 투어는 코스 전장이 6500~6600야드에 달했다.

서양선수들에 비해 드라이버 거리가 짧은 일본 선수들이 훨씬 긴 코스에서 경기하다 보니 메이저 대회가 아니더라도 오버파 우승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평균타수가 70대의 벽을 깨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장비가 발달하고 선수들의 거리가 늘면서 일본투어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의 안선주가 있다.

대기록 달성의 전망은 밝지 않다. 최종전이 열리는 미야자키CC의 난이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최종전이 열리고 있는 미야자키CC는 파72에 코스 전장이 6428야드로 장거리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날씨, 특히 바닷바람의 영향이 큰 골프장이다. 그린 스피드도 대단히 빠르다.

지난 11년간 우승 스코어도 1언더파(2010년 박인비)부터 13언더파(2007년 고가 미호, 2013년 이보미)로 다양했다. 안선주의 대기록 도전은 일단 자연의 영향 아래 있다.

2010년 일본무대로 진출한 안선주는 시즌 최종전에 2010년과 2011년, 2013년 세차례 출전했다. 성적도 우승만 없을 뿐 나쁘지 않았다. 2위 한번과 3위 두번이었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3오버파와 4언더파, 4언더파였다. 통계상 안선주가 나흘간 9언더파를 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안선주는 현재 손목 통증도 안고 있다.

안선주의 도전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선주가 최종전 불참을 선언하면 지난 주 간단하게 대기록 달성을 확정할 수도 있었다. 이미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등 개인타이틀도 결정된 상태였다.

부상 악화를 염려해 최종전에 불참한다는 설득력있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안선주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적당한 타협에 의한 대기록 달성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선택한 것이다.'기록은 영원하다'며 비겁한 타협을 한 과거의 많은 스포츠 스타들과는 180도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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