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 "도망가지도, 기다리지도 말라"

입력 2014. 11. 25. 03:05 수정 2014. 11.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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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日 미야자키 캠프의 김태형 감독

[동아일보]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었던 두산의 호쾌한 야구 스타일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두산 제공

두산이 올해처럼 무색무취한 야구를 한 적이 또 있었을까. 올해 두산 야구에는 화끈한 공격도, 치밀한 작전도 없었다. 특유의 발야구도, '화수분' 야구도 아니었다. 6위라는 성적보다 팬들을 더 실망시켰던 것은 사라진 팀 컬러였다.

그러나 내년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다. 두산 야구 DNA가 각인돼 있는 김태형 감독(47)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SK 배터리 코치였던 그는 선수와 코치로 22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정통 '베어스 맨'이다.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신의 야구관과 팀 운영 방향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두 단어로 요약하면 '닥공(닥치고 공격)'과 '기본'이다.

빠른 2루 송구를 위해 기본 자세를 반복 훈련하고있는 두산 포수들. 두산 제공

○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격적인 플레이다. 도망가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초보 감독답게 부딪쳐 이겨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야구 하면 '허슬두(Hustle Doo·허슬 플레이와 두산의 합성어)' 아닌가. 예전부터 우리 팀은 공격적인 야구를 했을 때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는 공격적으로 붙어 승부를 내야 한다.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투수를 바꿔주면 된다. 도망가는 피칭이 제일 나쁘다. 결과를 떠나 그런 피칭은 상대방에게 흐름을 내주게 된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3할이다. 3번 져도 7번 이기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타자들에게 좋은 공이 들어오면 기다리기보다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당연히 자신 있게 쳐야 한다. 내년엔 경기 초반 한 점을 내려고 번트를 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기본을 안 지키면 함께 가지 않는다"

올 시즌 SK 코치로 지켜본 '친정팀' 두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팀이 색깔을 잃고 주저앉은 건 4강 탈락이 확정된 이후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 특유의 모습이 살아 있었다. 다만 시즌 후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몇몇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고 했다.

그가 매의 눈으로 잡아낸 안 좋았던 장면들은 뒤진 상황에서 상대 선수와 농담하며 웃기,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 안 하기, 주자로 나가서 건성으로 리드하기 등이다.

김 감독은 "선수 때도 후배들이 그런 플레이를 하면 눈 뜨고 못 봤다. 실력이 모자라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야구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두고 보지 않겠다.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서 함께 야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 "김인식-김경문 감독님에게서 배운다"

두산 야구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1년까지 두산은 감독이 한 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이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간, 김경문 현 NC 감독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두산을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두 선배 감독들과 인연을 맺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에는 3년간 주장을, 김경문 감독 시절에는 배터리 코치를 각각 맡았다.

김 감독은 "두 분 모두 선수들을 최대한 믿고 기다려주는 스타일이었다. 한번 믿으면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기에 무명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분에게서 배운 것을 업그레이드시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누구보다 철저하지만 운동장을 벗어나면 무척 편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선수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른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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