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잠실야구장, 산업재로 전락해 버린 찜찜한 현실

정진구 2014. 11. 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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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돈벌이로 전락한 '잠실구장'

올해 약 230만 명의 관중이 찾은 잠실야구장. 이제는 서울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시설로 자리잡았습니다.

두산과 LG, 두 구단은 연 25억5천만 원의 위수탁료를 서울시에 지불하고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위수탁료를 받는 대신 야구장 운영 권리를 두 구단에 주고, 그라운드 유지부터 청소까지 모든 관리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광고 운영권만은 철저히 쥐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는 두산과 LG로부터 잠실구장 상업광고사용권을 회수한 뒤 공개입찰을 통해 광고 대행사에 판매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광고료는 지난해 72억2000만 원, 그리고 올해는 103억5000만 원에 달합니다.

이곳 잠실야구장에는 보시다시피 많은 광고들이 있습니다. 이 광고는 모두 서울시로부터 광고 운영권을 산 대행사가 판매한 광고입니다. 홈팀인 두산과 LG는 야구장을 통한 마케팅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두 구단은 작은 현수막 하나 거는 것도 대행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결국 두 구단은 구장을 빌려 야구만 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멘트]

"네, 사실상 입장권 판매 외에는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장 광고권을 구단이 전혀 행사하지 못하는 곳은 잠실구장이 유일합니다.

현재 인천 문학구장을 사용하는 SK와 부산 사직구장을 쓰는 롯데, 광주 챔피언스필드의 KIA는 구단이 광고권을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구단도 홈구장의 일부 광고권리를 행사합니다.

같은 서울 연고의 목동구장은 홈팀 넥센이 광고 수익의 일부를 시에 납부하는 형식입니다.

[인터뷰:김재형, KBO 기획팀장]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든 일본이든 구장에서 마케팅 수익을 시에서 직접 가져가는 경우는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습니다. 스포츠산업이라든지,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으로 봤을 때는 그렇고…"

두산과 LG가 내는 25억 원의 위수탁료도 다른 구장과 비교해 유독 높습니다. 1년 임대료가 고작 10달러인 미국 뉴욕 양키즈의 예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면 문학과 광주는 임대료가 전혀 없습니다. 수원은 10구단 KT를 유치하면서 수원야구장을 25년간 무상임대하기로 했습니다. 광고권 역시 KT의 몫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잠실구장을 쓰는 두 구단만 여러모로 불리한 계약을 맺은거군요. 그런데 2011년까지는 잠실도 홈팀이 광고권을 가지고 있었죠?"

네, 2011년까지는 두 구단이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정해 이 업체가 광고를 팔아왔습니다. 이전까지 광고료는 20억 원대였습니다.

서울시는 광고권을 회수하고 공개입찰로 바꾼 이후 광고수익이 크게 올랐다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

"(광고) 계약 방식만 바꾼 것입니다. 당초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으로 바꾸자고 시 의원들이 제안을 해서 조례가 되고, 조례에 따라서 (광고료가) 과거에 20억 원 수준에서 첫해 70억 원 수준까지 올랐고, 지금은 100억 원대 규모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광고단가역시 크게 오른 사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

Q. "계약방식 때문이 아니라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에 광고비가 오른 것 아닙니까?"

A. "글쎄요. 그건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단순히 공개입찰 전환으로 광고료가 오른 건 아니라는 말이네요."

현재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자생이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 만을 위해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사회 공헌 측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최소한 프로구단이라면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구단 입장에서는 광고권이 큰 수익원일텐데, 이렇다보니 마케팅 의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겠어요."

[인터뷰:김창호, 한국 스포츠산업 협회 사무총장]

"광고권이나 주차장 이용권을 서울시가 가지고있고, 그것은 구단이 구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피해는 팬들이 보게 됩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비정상적인 운영 형태를 갖게 됩니다."

서울시의 광고권 행사는 스포츠 산업의 생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다른 지자체들까지 서울시의 이런 행태를 벤치마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아나운서 멘트]

"네. 그렇다면 서울시는 광고로 벌어들인 103억 원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죠?"

[기자 멘트]

"일단 야구팬들의 눈을 의식해 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금은 바로 내년부터 집행될 계획입니다."

<2부> '야구발전기금' 어디에 쓰나?

앞서 언급한대로 올해 서울시가 벌어들인 잠실구장 광고권 수입은 103억5000만 원입니다.

야구계는 이 돈을 야구발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서울시는 당초 야구발전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서울시의회는 잠실구장 광고 수입을 기존 체육진흥기금에 적립 시킨다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야구발전기금이라는 말은 쏙 빼놓은채 광고 수입 중 50%, 약 52억 원 정도를 야구발전에 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스포츠센터가 확인한 서울시의 내년도 체육진흥기금 활용 계획을 보면, 매년 통상적으로 하는 야구장 개보수에 20억 원을 쓰고, 야구발전사업 등 야구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10억 원 정도만 배정했습니다.

물론 시의회의 심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나마 50% 정도를 야구발전에 쓰겠다는 계획도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터뷰:이상묵,서울시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

"(체육진흥기금은) 비인기 종목이나 체육시설의 인프라 조성, 우수선수 육성 등 다양한 진흥 기금으로 설립된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광고 수익이라해서 야구 발전만을 위해서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야구계 입장에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겠네요."

[인터뷰: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기본적으로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100% 구단이나 해당 종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토토의 경우도 각 종목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해당 종목에 배분하는 것처럼…"

서울시는 내년말 개장하는 고척돔을 또 하나의 '황금알 낳는 거위'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넥센 히어로즈를 고척돔에 유치하기 위해 협의 중인데요. 그동안 목동구장을 일일대관 형식으로 사용해온 넥센은 고척돔과 관련해 위수탁 계약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

"저희가 10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일일 대관으로 (홈구장을) 쓰고 있거든요. 대부분은 장기 임대로 쓰고있는데, 일일대관 형식은 그다지 바람직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히어로즈는 구장 장기 임대와 함께 광고권 등 수익을 일정부분 가져가길 바라고 있을텐데요.

하지만 서울시는 고척돔에서도 큰 수익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

"고척돔이 완공되면 운영주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직접 시가 지정할 수도 있고,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고…"

[아나운서 멘트]

"히어로즈는 두산이나 LG 같은 대기업 야구단이 아니기 때문에 잠실과 같은 조건이면 구단 운영이 좀 힘들지 않을까요?"

[기자 멘트]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서울시가 목동구장은 잠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던 겁니다."

하지만 고척돔 사용에 대해 히어로즈에게만 혜택을 준다면, 두산과 LG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야구장은 공공재입니다. 프로야구단은 그곳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는 쾌적한 환경에서 시민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소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야구장을 지나치게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김재형, KBO 기획팀장]

"스포츠 경기장은 기본적인 목적이 스포츠를 하는데 쓰여야 되고, 관람하시는 분들에게 관람 편의를 드리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시돼야지, 스포츠 시설을 상업시설로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봅니다."

[아나운서 멘트]

"프로야구가 시민들의 건전한 여가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서울시 입장에서는 도움을 줘도 시원치 않은 판에 이건 좀 아닌것 같네요."

[기자 멘트]

"서울시가 잠실야구장 광고권을 가져간 근거는 바로 이 서울시 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서 이 모법인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하루빨리 법 개정이 이루어져서 이렇게 잘못된 제도가 고쳐질 수 있길 바랍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정진구 jingoo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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