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ACL 로드맵.."예산 걱정 No"

황민국 기자 2014. 11. 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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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걱정이요? 준비 다 끝났습니다." 24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성남FC 신문선 대표이사(56)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따냈지만 시·도민구단의 현실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신 대표는 "시민구단이라도 꼭 써야 할 돈은 써야 한다. 내년 ACL 출전이 바로 그렇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대표의 자신만만한 발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FA컵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전부터 ACL 로드맵을 그려놓은 것이다. 로드맵의 첫 단추는 내년 예산안을 따내는 것으로 시작됐는데, 이미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냈다. 신 대표는 "140억원을 내년 예산으로 잡아놨다"며 "올해 집행한 예산(158억원)보다는 적지만, 올 예산에는 구단 전신인 일화 시절의 소송 비용(20억원)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에만 기대는 것도 아니다. 성남은 내년 예산안에서 절반인 70억원만 시 교부금으로 잡았을 뿐, 나머지 금액은 자력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메인 스폰서 2개사와 협상을 통해 50억원을 충당할 예정이다.

ACL 출전으로 소요될 추가 예산도 걱정 없다. 신 대표는 "이재명 시장과 전날 ACL 출전과 관련해 추경 예산을 준비하기로 이야기를 마쳤다"며 "구단에서 이미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지원금을 뺀 비용 분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남은 올해 두 차례 성남시에서 추경 예산을 각각 23억원과 25억원씩 받았다. 성남의 예산을 집행하는 또 다른 축인 성남시의회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신 대표는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시의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했는데, 공중파를 통해 중계된 연장전까지 120분과 승부차기만 광고로 따져도 1년 예산은 이미 다 뽑았다고 칭찬하더라. ACL 추경 예산의 필요성에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ACL 로드맵의 두 번째 단계는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수 보강이다. 신 대표는 "시민구단이 선수 영입에 돈을 펑펑 쓸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묘수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브라질 프로젝트'다. 신문선 대표는 "올해 성남이 FA컵에서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선수 이적료를 대신 부담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났다"며 "구상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선수 연봉만 책임지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 구단과도 붙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은 ACL 로드맵의 하나로 전지훈련도 다양한 시나리오로 준비하고 있다. 일본·중국·터키·미국까지 다양한 상황에 따라 일정을 잡아놓고 있는 상태다. ACL이 정규리그보다 한 달이 이른 2월에 치러지기에 꼭 필요한 조치다. 신 대표는 "김학범 감독이 원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시즌이 끝난 뒤 바로 일본으로 날아갈 생각도 있다. 남들이 성남이 ACL에서 망신을 당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성남의 이 모든 계획에는 1부리그 생존이라는 변수가 있다. 강등권인 11위에 머무르고 있는 성남은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자칫 잘못하면 2부리그로 떨어지는 상처를 안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시장도 내년 예산안에 사인하면서 '2부리그로 강등되면 예산 조정 불가피'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승점 2점 차로 바로 윗 순위인 경남이 지난 22일 부산에 0-1로 지면서 성남이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게 다행이다. 신 대표는 "우리 선수들이 1부리그 생존을 위해 FA컵 우승의 기쁨도 잠시 미뤄둔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 큰 잔치를 벌이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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