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겨우 3개월..쑨양의 힘? CHINADA는 왜?

오늘(24일) 외신에 긴급이라는 머릿말을 단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쑨양의 도핑적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쑨양은 지난 5월 17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중국전국수영선수권 기간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습니다. 트리메타지딘이라는 약물인데 혈관확장제로 주로 쓰이는 성분입니다.

쑨양은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로 8월 16일까지 자격이 정지됐습니다.

'자격정지가 3개월? 너무 적은 거 아닌가? 하필 9월 아시안게임을 한 달 남겨놓은 시점에 징계가 풀리도록 했지? 아시안게임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나?'

수많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 도핑검사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 금지약물 기본 2년

도핑과 관련된 절차와 징계는 까다롭고 또 엄격합니다.

선수가 도핑약물을 소지하거나 또는 유통한 사실만 적발돼도 1년의 징계를 받고, 체내에서 검출될 경우에는 무조건 징계를 받습니다.

쑨양의 경우에는 체내에서 검출된 경우니 기본 2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습니다.

그런데, 왜 3개월 자격정지일까요?

● 트리메타지딘?

트리메타지딘이라는 약물을 들여다보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립니다.

사진을 보시죠.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은 S6, 즉 흥분제로 분류된 성분으로 경기기간 중에는 금지되고, 경기 기간 외에는 허용되는 약물입니다. 트리메타지딘은 치료 목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이른바 '특정약물'이기 때문입니다.

특정약물의 경우에는 도핑에 적발돼도 자동으로 자격정지가 되지 않습니다. 자동 자격정지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금지약물과는 큰 차이인 거죠.

도핑에 적발돼도 대회에 나갈 수 있고 수영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징계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죠.

● 그래도 허점은…팔은 안으로…

징계 위원회는 통상 적발 후 14일 이내에 열립니다. 또 적발사실은 곧바로 세계기구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도핑방지위원회, CHINADA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어느 나라라도 지켜야 하는 절차입니다.

그래도 허점은 있습니다.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는게 자국위원들이라는 사실이죠.

치료목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또 약물복용 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 등 다양한 경감 사유에 의거해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데, CHINADA는 순순히 복용 사실을 인정해 샘플 B(일종의 재검사)도 포기한 쑨양에게 치료목적으로 고의성없이 복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3개월 자격정지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습니다. 어느 정도는 자국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봐주기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만에 하나 중국 징계위원회가 뇌물을 받았다거나,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요. (이 부분은 정말 가정입니다.)

게다가 징계기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세계기구에서 재조사를 명령했을 겁니다.

● 아시아 수영스타의 오점

약물 복용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만듭니다. 아무리 최고의 선수로 활약하고 대기록을 갖고 있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그저 약물복용에 연루된 사실만으로도 일평생 쌓아온 명예와 경력에 오점을 남깁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그랬고, 또 배리 본즈가 그랬습니다.

3개월 자격정지, 쑨양에게도 도핑적발은 작지만 확실한 오점으로 남았습니다.이영주 기자 lyyk2532@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