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드라마 '미생'③]영업3팀 활약 속, 영업2팀 '묵언수행'..연기일까, 설정일까

정희태 입력 2014. 11. 24. 16:23 수정 2014. 11.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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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드라마 영상의 캡처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또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12화에서는 '원인터내셔날'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의 통장잔액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통장에 찍힌 월급 실수령액은 365만4200원이다. 누리꾼들은 "실 수령액이 그 정도면 월급은 400만원 쯤 하는 것 아니냐"며 "초봉이 4800만원"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안영이의 통장에는 학자금 81만원, 신용대출 60만원, 대출이자 150만원 등의 세목이 차례로 나열되면서, 통장에서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모습이 담겼다. 안영이는 월급을 탄 지 2주 만에 39만9300원으로 통장 잔액이 줄어 있었다. 직장인의 비애가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평이다.

이렇듯 '미생' 속에는 연기자인지, 실제 직장인인지 알 수 없는 인물들도 숨어 있다. 그 인물들이 주축을 이룬 팀은 바로 장그래(임시완)·오차장(이성민)의 옆부서인 영업2팀이다. 3팀을 화면에 잡을 때, 약방의 감초처럼 화면에 잡히는 이들 역시 베테랑 연기자들이다. 이들의 촬영 스케줄은 말 그대로 직장인 컨셉트다. 대사가 없어도 출근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다반사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영업3팀을 잡으려면 영업2팀의 모습이 안걸릴 수 없다. 그러니 영업2팀의 멤버들은 대사가 없어도 촬영장에 나와 현장을 지켜야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영업2팀 3인방은 스케줄에 '설정확인'이라는 글이 쓰여 있으면 여지없이 출근해야한다. 대사가 없어도 대본에 출연한다는 말이 없어도, '영업3팀을 위해' 늘 출근하고 대기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역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에 대해 CJE&M 측은 "영업2팀 직원들은 모두 연기자로 얼굴 한 컷이 나오더라도 연기자에 맞는 회별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단역이나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영업2팀 문지기(?)인 장미라 캐릭터를 맡은 김가영은 2007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데뷔해서 연기 생활 해오다 '미생' 영업2팀 실무직 직원을 맡게 됐다. 김가영은 이번 '미생' 출연에 대해 "자신에게 굴러들어온 복"이라 말한다. 김가영에게 고충이라면 "촬영에 들어가면 말(대사)를 많이 못한다는 것"과 "늘 설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영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카트'에서 진정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생'에서는 "촬영장에서 독서를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옆모습이 주로 화면에 잡히는 황대리역의 박진수는 2000년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연습생 생활을 거쳤고, 2004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 후 연기로 전향했다. 그는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을 출연했고 2011년 KBS '두근두근 달콤'으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그는 "'미생' 출연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고, 대기하는 시간동안 영화를 보면서 자신을 반추한다"고 전했다. 그의 고충 역시 김가영과 다르지 않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면 앉아만 있고 묵언수행하며 리액션한다"며 고충을 전했다...

현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팀은 영업3팀이 분명하지만, 영업2팀의 '묵언수행' 연기가 없었다면 실감나는 사무실 분위기 연출은 힘들었을 것이란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현장 스태프와 출연자들은 "그들이 있기에 드라마 '미생'이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희태(드라마 <미생> 정과장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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