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하고도 놓쳐'..익산 택시살인사건 수사 '허점'
용의자 자수 일주일 전 불심검문…용의 차량 확인도 '허술'
(익산=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60대 택시기사 살해사건 피의자가 23일 만에 붙잡히면서 사건이 종결됐지만, 허술한 경찰 수사로 사건이 장기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살인 사건 용의자 장모(33)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사건을 수사 중인 익산경찰서를 직접 찾아와 자수했다.
장씨는 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된 택시기사 박모(62)씨를 자신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장씨는 이미 자수 일주일 전인 17일 사건 현장에 나타났고, 경찰의 불심검문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허술한 초동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경찰은 택시가 버려져 있던 현장을 탐문 조사하던 중 현장 주변을 배회하는 장씨를 발견해 불심검문했다.
장씨는 자신을 검문하는 경찰관에게 "인근에서 블랙박스 메모리 칩을 잊어버려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일인 2일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서 발견된 박씨의 택시에는 블랙박스가 뜯긴 흔적만 남은 채 사라져 있었다.
이처럼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음에도 경찰은 장씨의 신원만 확인한 채 풀어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장씨의 전과기록이나 범행 동기 등에서 피의자로 특정할 증거가 부족했다"며 "대신 장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친구와 가족 등을 탐문 수사하자 심리적인 불안을 느끼고 자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초동 대처에서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택시가 발견된 장소에 장씨 소유의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 결과 장씨는 시신을 유기한 뒤 자신의 차로 갈아타기 위해 박씨의 택시를 전주시 인후동으로 몰고 와 주차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사실도 장씨가 자수한 뒤에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가 세워져 있던 도로 인근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며 "불심검문 이후 전주를 빠져나간 차량 8만대와 대조해 장씨의 차량이 당일 오후 전주를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2일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박씨의 택시를 타고 완주로 향했다가 목적지를 두고 다투던 중 흉기로 박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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