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빙어가 알려준 가뭄, 2015년 대가뭄 오나?

김성한 2014. 11. 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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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지난 겨울, 강원도 인제군 빙어 축제 (소양강 상류)>

한겨울 축제하면 '화천 산천어 축제', '인제 빙어 축제', '평창 송어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인제군이 이번 겨울 빙어 축제 개최를 포기했다. 축제를 열면 지역 주민이 많은 이득을 보기 때문에 취소 결정이 쉽지 않았겠지만, 도저히 축제를 열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생긴 것이다. 1998년부터 이어졌던 빙어 축제를 취소한 것은 구제역이 있었던 해를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빙어 축제는 매년 1월 소양강 상류의 드넓은 빙판 위에서 펼쳐진다. 강원도 홍천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로 넘어가다 보면 인제읍 진입 직전에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인제대교를 지나게 되는데, 이 다리 아래에서 축제가 열린다.

그런데 올해는 인제대교 아래 소양강 물이 거의 개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겨울이 되면 강물이 얼어 빙판이 만들어질 텐데 강물이 턱없이 부족한 거다. 선착장에서 물이 흐르는 곳까지 가려면 하얗게 드러난 강바닥의 모래와 돌멩이를 한참 지나 통과해야 한다.

<사진 2. 11월 20일 현재, 소양강 상류 인제대교 인근>

강의 폭을 지난 1월 축제 때와 비교해 보면 왜 인제군이 축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 평소 때면 250m에 달하는 광활한 빙판이 펼쳐지지만, 올해는 강폭이 20m에 불과한 실정이다. 빙어 축제는 물을 가두어 빙판을 만드는 산천어 축제나 송어 축제와는 달리 자연 조건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대안도 없다. 겨울에 비나 눈이 오더라도 양이 적어서 강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결국, 인제군은 비가 적게 내려 16년 만에 빙어 축제를 포기한 거다.

<사진 3. 소양강 강폭 비교>

소양강의 수위는 소양강댐으로 바로 연결된다. 소양강댐 역시 이제껏 봐왔던 모습이 아니었다. 담수량이 29억 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소양강댐의 현재 수위는 168.5m, 1973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수위가 16m나 낮아졌고, 저수량도 7억 톤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소양강댐으로 들어오는 물의 양(유입량)이 1973년 준공 이후 41년 만에 가장 적다고 말했다. 북한강 상류의 소양강댐과 남한강 상류의 충주댐이 상호 방류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혀 이미 가뭄 비상 대책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가뭄 대책에 따라 내년 봄까지 수도권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진 4. 11월 20일 현재, 소양강댐>

16년 만의 빙어 축제 포기, 41년 만의 소양강댐 물 유입량 최저라는 기록은 그만큼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반도는 여름철 강수량이 1년 전체 강수량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름에 모아둔 물로 이듬해 봄까지 버터야 한다. 그런데 지난 장마 때를 떠올리면 '마른장마'라 해서 유달리 비가 적었다. 이후 남부지방은 잦은 비와 함께 세 차례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예년 수준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부지방은 마른장마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 지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평균 700 mm,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앞으로 겨울비나 눈이 오더라도 1,300~1,400 mm 수준인 1년 강수량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심각한 가을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같은 이유로 북한의 가뭄 상황은 중부지방보다 더 심각하다.)

<사진 5. 올해 누적 강수량으로 본 가뭄 지역>

그런데 왜 이런 심한 물 부족을 여태껏 실감하지 못하고, 빙어 축제 포기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일까? 물을 가두어 서서히 흘려주는 댐과 함께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 때문이다. 일부 산간 지역에서는 소방차 급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부 대부분 지역에서 댐과 관정 덕에 물 부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농사철도 지나 더욱 체감하기 어렵다.

겨울비는 대부분 양이 적기 때문에 댐 유입량이 많지 않다. 또, 1m가 넘는 큰 눈이 오더라도 물로 환산하면 100mm 수준이며, 내년 봄에나 물로 녹아서 댐으로 유입된다. 현재의 가을 가뭄이 겨울에 이어 그대로 봄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번 겨울에 강원 산간 지역에서는 소방차를 이용한 급수 지원이 불가피하고, 내년 봄 농사철이 시작될 즈음에는 가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만약 내년 장마의 시작이 늦어지거나 올해처럼 마른장마가 이어진다면 최악이 대가뭄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림 6. EDI 가뭄 지수 (부경대 방재기상연구실)>

<그림 7. 유효 수자원 지수 (부경대 방재기상연구실)>

위 두 그림은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가 이끄는 방재기상연구실의 가뭄 실황 정보이다. 가뭄 전문가인 변희룡 교수의 가뭄 지수는 이번에도 역시 가뭄 지역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특히 변 교수는 수년 전부터 2015년 대가뭄을 경고해 왔다. 변 교수는 한반도의 가뭄이 6년, 12년, 38년, 124년의 주기로 찾아온 징후를 포착했다며, 내년인 2015년부터 이런 주기가 겹쳐 가뭄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고 지속해서 경고해왔기 때문에 이 시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뭄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개월에 걸쳐 고통을 주는 재해이기 때문에 초기에 경고하고 미리 충분하게 대비해야 한다. 내년 봄에는 지하수까지 고갈되는 지역이 나타날 것이며, 기온이 오르면서 한강에서도 녹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최악의 가뭄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가기 [뉴스9] 중부 '가을 가뭄' 심각…빙어 축제도 포기

김성한기자 (albatros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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