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FA 박용택 통해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

안승호 기자 2014. 11. 2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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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프로야구 LG'라면 따라붙는 몇 가지 나쁜 이미지가 있었다.

우선은 팀 성적이 긴 세월 침묵하며 구단 밖 사람들의 술안주거리가 되기도 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무려 10년이나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팀 성적과 관련한 '콤플렉스'는 이제 상당 부분 씻었다.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고, 시즌 중 양상문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은 올해에는 팀 역사에 남을 뒷심으로 4강 진출을 이뤄낸 뒤 가을야구 첫 관문도 통과했다.

또 하나의 악습은 지갑만 열었다가 바로 후회했던 '쇼핑 문화'였다. LG는 한동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해당 선수가 이른바 '먹튀'로 분류되며 구단이나 선수 모두 괴로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LG가 FA 시장에 한시적으로 외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는데, 근래에는 이 아픔도 상당 부분 치유했다. FA로 이미 2차례 계약을 한 이진영·정성훈 등 중심 야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팀 성적으로 직결되며 FA 쇼핑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확보했다.

암흑의 역사를 하나씩 청산해가고 있는 LG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은 '프랜차이즈 스타'와 얽히고설킨 고리다.

FA를 포함한 계약의 시즌은 보통 그들에게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고는 했다. FA 자격을 취득해 일본 주니치에서 뛴 뒤 친정 LG로 복귀해 팀 고참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이병규(9번)를 제외하면 프랜차이즈 선수 가운데 시원하게 잔류 계약을 한 선수가 없다.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몇 해째 수비·주루·작전 등에서 팀 전력의 기초공사에 매진한 유지현을 비롯해 SK를 거쳐 한화로 이적해 있는 김재현, FA 시장에서 SK를 거쳐 한화로 이적한 조인성 등 여러 선수가 결정적 '계약' 시점에서 '프랜차이즈' 프리미엄과는 무관한 대우를 받았다.

여기 또 한명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LG의 지난 시간을 더듬다 울컥 눈물을 쏟아내 '눈물택'이란 별명까지 붙었던 박용택(35)이다.

박용택은 4년 전, 첫 FA 자격을 취득해 4년간 총액 34억원에 잔류 계약을 하며 총액의 절반을 옵션으로 채워야 했다.

LG는 외부 선수를 영입할 때와 달리 내부 FA를 주저앉힐 때에는 만에 하나, 단 얼마라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칼날 계약서'를 들이대고는 했다. 외부 FA를 영입할 때 꺼냈다가는 단칼에 퇴짜맞을 내용들이다. 어쩌면 LG는 내부 계약자를 두고는 '잡은 고기에는 미끼를 줄 이유가 없다'는 통념을 잘 따라왔다.

이로 인해 LG가 놓친 것도 있다. 신입단 선수들이 바라볼 만한 '롤모델'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 성실성을 밑바탕에 둔 프로야구 선수의 기본 자질을 갖추고 어느 수준의 성적으로 팀에 충성도를 발휘하면 훗날 'LG에서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롤모델을 탄생시키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박용택이 주목받는 것은 그런 요소 때문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팀은 선수를 사서 이미지를 파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안타와 홈런, 도루는 강한 훈련과 선수 영입으로 늘려갈 수 있지만 그것으로 '팀 스토리'까지 완성할 수는 없다. 최근 2년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유광점퍼, 그에 따른 감동의 스토리들…. 적지 않은 것들이 그의 입과 몸짓을 통해 나왔다. 물론 고과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다.

LG와 박용택은 FA 협상테이블에서 이제 눈빛 교환을 마치고 본격적인 입장차 좁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박용택과 계약으로 무엇을 남길까. LG에게는 그저 팀의 중심타선을 지키는 베테랑 타자와 협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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