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해고사태 반복.. 정부는 뒷짐

2014. 11.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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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노인 일자리 창출' 공약도 부도?.. 인권위도 노동부 비판

[CBS노컷뉴스 최인수·김민재 기자]

정부의 늑장·뒷북 대처로, 노인이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가 현실화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 일자리 창출' 공약도 '부도 논란 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주 인력 감축 통보를 받았다.

'4명 가운데 3명을 해고하겠다'는 관리소장 말에 A 씨는 "다음 달 중순이 재계약인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도 "해고 대상을 고르는 수순이 아닌가 싶다"고 걱정했다.

한 경비원은 "박봉에도 딸보다 어린 주민들에게 욕설까지 들으면서 참아왔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는 '동마다 있는 경비초소를 2개 동을 하나로 묶어 운영한 뒤 입주민 투표로 인력 감축을 결정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69)은 "경비원을 줄이면 아파트 외곽 청소는 누가 하고, 택배는 누가 받아줄 것이냐"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을 줄이는 대신 CCTV를 늘리는 방안이 입주민 찬반투표에서 부결됐지만, 경비원 68명은 전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곳 경비원(66)은 "푼돈이나 벌려던 노인들인데 다들 갈 곳도 없고 대책도 없고…. 화만 난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올겨울 해고 한파가 몰아친 까닭은 내년부터 경비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10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 등 경비직 노동자들은 올해까지는 최저임금의 90%가 적용된다.

내년부터 경비원들 임금이 오르게 되자 아파트와 용역업체 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경비직 노동자 최저임금은 2007년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70% 적용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80%로 올랐고, 애초 2012년 100% 적용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2011년 겨울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하자 오히려 경비원들이 임금 인상 폭을 낮춰달라고 해 90%까지만 올렸다.

100% 적용 시기를 2015년으로 늦춘 것이다.

이미 2011년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로 우리 사회가 홍역을 앓았고, 2014년 말 같은 사태가 반복되리라는 게 충분히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올겨울 다시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사태를 반복시키고 있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를 강력 비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인권위는 지난 20일 위원장 성명을 통해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상태 및 처우에 대한 전국적 실태파악도 되어 있지 않고 집단해고에 대한 대책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노동부를 질타했다.

노동부는 24일 뒤늦게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고령자고용지원금 3년 연장' 등 기존 대책의 재탕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자고용지원금은 2012년부터 지급했다가 올해 말 종료가 예정된 제도로 임시방편에 불과한데다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한 20억여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내년부터 최저임금 100%가 적용됨에 따라 경비원 월급이 평균 15만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285억여 원의 지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증액안을 낸 상태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연구위원은 "여러 차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예견된 사태에 노동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늑장' 등 지적에 "고용 안정뿐만 아니라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분신으로 논란이 된 감정노동 문제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법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뒷짐 진 정부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지자체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 등 아파트 경비원 고용 안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경비원 고용 안정을 위해 임금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시범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자체 연구 용역을 통해 CCTV 같은 무인 경비시스템을 갖추면 인건비는 줄지만, 겨울철 제설이나 환경미화, 택배 수령 등을 고려할 때 경비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왔다.

올해 9월에는 대규모 단지 아파트 입주민 대표와 관리소장들을 모아 합동설명회를 연 뒤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약 90%가 '시 지원을 전제로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잡초를 뽑거나 휴지를 줍는 등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 있지만, 아파트 경비원이 더 나은 일자리라는 생각에서 고령자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최인수·김민재 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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