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AG 복싱 금 신종훈, 선수생명 위기 왜?

김경호 선임기자 2014.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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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5·인천시청)이 국제복싱협회(AIBA)와 선수 생명이 걸린 분쟁에 휘말렸다.

AIBA는 신종훈이 자신들과 맺은 계약에 따라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AIBA 프로복싱 경기에 출전했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고 아마추어 대회인 제주 전국체전에 나갔다는 것을 문제삼아 중징계를 예고했다. 그러나 신종훈은 "AIBA와의 계약서에 정식 사인한 적이 없다"며 억울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신종훈은 지난 18일 AIBA로부터 "지난 11일 제주에서 열린 AIBA 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모든 국내·국제대회 출전을 잠정 정지한다. 신 선수의 계약 위반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e메일 공문을 받았다. AIBA는 또 "별도의 금전적 손해배상 청구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전에서 화끈하게 승리하며 12년 만에 한국에 복싱 금메달을 선사한 신종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징계 수위에 따라 신종훈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포함해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에 놓였다.

신종훈은 23일 통화에서 "지난 4월 말 AIBA 우칭궈 회장과 김호 사무총장이 방한해 대한복싱협회와 함께 3자가 사인할 예정이었으나 그들이 방한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5월 독일에서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하고 있을 때 AIBA 직원들이 찾아와 수십 페이지의 영문 서류를 내밀며 사인을 요구했다"면서 "정식 계약서가 아니라고 판단해 사인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훈은 "당시 정확한 서류 내용을 알지 못했고, '임시 사인'이라는 말을 들어 응했다. 만약 그게 정식 계약이라면 부당하다. 계약서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PB(AIBA Pro Boxing)는 AIBA가 올림픽 복싱의 인기 부활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복싱 프로그램이다. AIBA와 프로 계약을 맺으면 최고 1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연간 4~6회 그들이 주선하는 프로대회에 나가 성적에 따라 3000~10만달러의 대전료를 받는다. 계약금이나 대전료는 체급과 인기도에 따라 달라진다. 신종훈은 2012년 런던올림픽 직전 APB 계약을 맺고 계약금 2만스위스프랑(약 1800만원)을 꿈나무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AIBA에 기부했다. 신종훈이 직접 돈을 만져본 일은 없고, 이 사실은 나중에 AIBA 홈페이지에 올랐다.

APB 선수는 세계선수권·올림픽·아시안게임에는 예선을 포함해 국가대표로 뛸 수 있으나 그 이하급의 아마추어 대회에는 나갈 수 없다. APB에 적극적이던 신종훈이 최종계약서 사인을 미루고 대회 출전을 거부한 이유는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하면 후원사가 끊어져 생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음달 인천시와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여부를 결판내야 하는 신종훈 입장에서는 APB 대회보다 전국체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AIBA는 신종훈이 최종계약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자 대한복싱협회를 통해 지난 6일자로 뒤늦게 우편으로 계약서를 보내왔다. 신종훈은 "계약서의 서명 날짜가 2014년 2월10일로 돼 있는데 그때 나는 동계 훈련차 충남 청양에 내려가 있어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받아간 사인으로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이 또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한복싱협회도 선수 대전료의 30%를 받게 돼 있어 계약 당사자 중의 하나다. 대한복싱협회 정재규 부회장은 23일 "AIBA가 지난 5월 계약서를 보내와 우리 협회가 사인했는데, 그걸 직원이 실수로 신종훈 선수에게 보내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보냈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AIBA가 무리하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지, 신종훈의 무지로 비롯된 계약위반 사항인지 따져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선수의 생명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쇠락하고 있는 복싱에서 모처럼 탄생한 스타가 엉뚱한 분쟁에 휘말려 자리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한복싱협회가 중재자로 나서 신종훈과 AIBA 사이의 갈등을 푸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데 현재까지 대한복싱협회는 AIBA 측 의견에 더 기울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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