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상한 기름값.. '이름만 알뜰' 늘고 그나마 천차만별

노용택 기자 입력 2014. 11. 24. 03:24 수정 2014. 11. 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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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유가의 역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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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으로 서울 휘발유 평균가격이 리터당 1700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각 주유소별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23일 서울지역의 보통휘발유 최고가는 리터당 2105.75원(중구)으로 최저가 1687.16원(강북구)과 무려 418.59원이나 차이가 났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나 셀프주유소가 오히려 인근 일반주유소보다 높은 가격인 곳도 많다. 도대체 기름값은 누가 결정하고, 왜 주유소별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일반주유소보다 더 비싼 알뜰·셀프주유소=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는 왕복 5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주유소가 있다. 직선으로 50m 떨어져 있는 O주유소와 M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는 같다. 하지만 일반주유소인 O주유소가 23일 ℓ당 휘발유 1627원, 경유 1427원에 기름을 판매하는 반면 셀프주유소인 M주유소는 휘발유 1645원, 경유 1455원으로 각각 18원, 28원 더 비싸게 가격을 매겨놓고 있었다. M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져서 이런 상황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찾아간 일산서구의 H셀프주유소는 ℓ당 휘발유 1707원, 경유 1507원을 받고 있어 바로 옆 I일반주유소보다 각각 79원, 69원 비쌌다. H주유소에서 탄현역 방향으로 5㎞쯤 떨어져 있는 B알뜰주유소도 ℓ당 휘발유가 1657원, 경유가 1457원으로 I주유소보다 각각 30원 정도씩 비쌌다. 서울 강서구의 왕복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는 똑같이 ℓ당 휘발유 1676원, 경유 1476원으로 같은 가격에 기름을 판매 중이었다. 실제로는 알뜰하지 않고 이름만 알뜰주유소인 경우다. 알뜰주유소 측은 "일반주유소보다 가격을 내리면 도저히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주유소별 여건과 제품구매 시점 등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도심에 위치해 있고, 주유소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상호 견제와 감시가 심해 가짜 석유제품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순전히 주유소의 영업방식이나 유가에 따른 매입 능력 때문이다. 주유소들은 주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구입하는데, 주유소 매설 탱크 크기와 판매량에 따라 월평균 2∼3회 정도 제품을 사들인다. 문제는 석유제품 가격이 싱가포르 국제제품가에 연동돼 매일 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유소의 매수 시점과 용량이 매우 중요하다. 대용량 매설 탱크를 갖춘 일반주유소가 가격 하락 시점에 맞춰 많은 석유제품을 구입해 저장해 뒀다면, 주유 직원의 인건비를 고려해도 인근 셀프주유소나 알뜰주유소보다 싼 가격에 기름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주유소가 밀집한 지역은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가격이 떨어진다.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와 고속터미널 인근은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유소가 밀집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반면 국회 인근 여의도나 정부부처와 대기업이 밀집한 종로구·중구 등에는 고가 주유소가 몰려있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 기업의 법인카드가 주유소의 높은 가격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현명한 소비자가 싼 기름 넣는다=주유소들이 월 2∼3회 제품을 사들이기 때문에 정유사의 공급가가 판매가에 반영되는 데 보통 2주 이상은 걸린다. 따라서 차량을 운전하는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원유가와 주유소 판매가의 연동 시간은 평균 2주에서 길게는 한 달가량도 소요된다.

그래도 현명한 소비자는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오피넷을 통해 전국 주유소의 판매가를 매일 공개한다. 또 정유사별 할인 카드를 잘 이용하면 최대 ℓ당 120원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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