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사기 당하는 세상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장의용품 납품업체 사이에는 무수한 뒷돈이 오가고 있었다. 이들은 값싼 중국산 수의를 국산으로 속여 웃돈을 챙겼고 한 번 쓴 장의용품을 유족 몰래 다시 사용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장례식장 대표 김모(51)씨와 상조회사 직원, 장의용품 납품업자 등 432명이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3536차례 17억6400만원 상당의 사례비(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거래를 해달라는 의미였다.
장례식장 대표와 장의업체 직원들은 봉안당을 소개한 업자에게 유골 안치 비용의 20∼50%를 사례비로 건넸다. 장례식을 유치한 상조회사 직원에게는 건당 20만∼30만원씩 쥐어줬다. 유골함, 장의차, 영정사진, 조화,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떡과 고기에도 각 비용의 최대 50%가 뒷돈으로 오갔다. 장례업자 간에 불법 거래가 없었다면 장례비를 절반까지 낮출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관행은 장례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경황이 없는 유족이 그 피해를 떠안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올해 1∼10월 장례업체 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1114명을 사기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적발된 장례 비리는 20건, 994억원 규모다.
화환업체는 3단 화환이 상주에게 배달되면 장례식장에 수거비 5000원∼1만원을 주고 다시 가져다가 30% 싼 6만∼7만원에 되판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식장은 상조회사에 장례 유치 대가로 건당 최대 50만원을 건넸다. 장의업체는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에 판매대금의 절반까지 사례비로 줬다.
부산의 장례식장 대표 우모(33)씨 등 3명은 입관 전 시신을 임시로 감싸는 임종보를 재사용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검거된 상조회사 대표 최모(58)씨 등 208명은 2009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웃돈을 내면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으로 바꿔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중국산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은 이런 식으로 1만9000여명에게 631억원을 받아 챙겼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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