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풀어본 '허니버터칩' 대박 비밀.. 소금 줄이고 꿀 더했더니 맛의 대폭발

목정민·이성희 기자 입력 2014. 11. 23. 21:53 수정 2014. 11. 23. 23: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맛소금의 나트륨 이온이 혀의 쓴맛 수용체 반응 억제해단맛 신경이 활성화

▲ 향발효식품의 향은 뇌에 각인… 단일 자극보다 여러 자극 있을 때인간은 풍부한 맛의 쾌감 느껴

▲ 소리감자칩 앞니로 잘라 먹으면 높은 주파수의 '바삭' 소리 나어금니로 먹을 때보다 맛있게 들려

직장인 최모씨(32·여)는 최근 '허니버터칩'을 맛보기 위해 동네 편의점을 찾았으나 살 수 없었다. 편의점 몇 군데를 더 들렀지만 모두 팔렸다는 대답만 들었다.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출시한 이 과자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짠맛이 대세였던 감자칩 시장에서 꿀과 버터를 이용해 단맛과 고소한 맛을 첨가한 이 과자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대박 속에는 과학이 숨어 있다.

■ 짜고 달고 고소한 맛이 비결

허니버터칩의 맛 비결은 기존 감자칩의 짠맛은 줄이고 달콤함과 고소함을 살린 데 있다. 허니버터칩에 포함된 소금의 양(나트륨 양)은 100g당 483㎎이다. 보통 감자칩이 100g당 540㎎인 것에 비교하면 짠맛이 덜하다. 소금이 빠진 자리를 꿀의 달콤함과 발효 버터의 고소함이 채웠다.

해태제과는 단맛을 내기 위해 아카시아꿀을,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프랑스식 발효 버터인 고메버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수치상으로 꿀과 버터 함량은 많지 않다. 성분 표시에 '허니버터맛 시즈닝 6.0%'에는 국내산 아카시아꿀이 0.01%,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0.01% 함유돼 있다. 나머지는 결정과당, 백설탕, 버터혼합분말65(대두) 등 유사한 맛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소금의 짠맛과 단맛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게 주효했다. 유미라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음식에 포함된 소금은 단맛을 더욱 강화시키고 단맛은 짠맛을 중화시키는데 이것이 과자 맛을 좋게 하는 비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금이 단맛을 강화시키는 이유는 소금이 혀의 미뢰 세포 끝에 달린 이낙(ENAC) 수용체를 자극해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 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단맛을 느끼는 신경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다.

일반 버터가 아니라 발효 버터를 사용한 것도 주효했다. 발효식품의 향이 한국인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유 박사는 "발효식품은 특히 뇌에 강하게 각인되는 맛으로 어린 시절 발효 맛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수십년이 지나도 발효식품의 맛을 익숙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효식품은 발효 과정에서 원재료에 없던 새로운 성분을 만들어내 맛의 상승 작용을 이끌기도 한다. 소고기와 마늘을 넣고 오래 끓이면 소고기와 마늘에 없던 새로운 성분이 생겨 깊은 맛을 내는 식이다.

식품 연구가인 최낙언 시아스 이사는 "단일 자극보다는 여러 가지 자극이 있을 때 풍부한 맛의 쾌감을 느낀다"며 "허니버터칩은 최고의 맛은 아닐지 몰라도 분명 매력적인 맛"이라고 평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이용자가 '허니버터칩'을 찾는다는 내용을 쓰자 그 친구들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 | 페이스북 캡처

■ 입소문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져

허니버터칩을 더욱 맛있다고 느끼고,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데는 최근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파되는 입소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최낙언 이사는 "음식을 맛본 뒤 뇌에 자극이 전달돼 맛을 느끼고, 이 느낌이 다시 혀의 미뢰에 영향을 줘 더욱 맛있게 느낀다"며 "입소문을 듣고 맛있는 과자라고 인식했다면 과자를 맛보는 단계에서 이미 맛을 더 좋게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허니버터칩 인기가 장기화할 것인지에는 의구심을 내비친다. '꼬꼬면'이나 '나가사키면' 같은 흰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다 예전만큼 못한 것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맛에 열광하다가도 조금 지나면 시들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미라 박사는 "인기가 6개월 이상 지속돼야 과학적으로 맛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 과학 관점에서도 허니버터칩이 스테디셀러로 남으려면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자를 먹는 행동은 '습관'과 같다. 뇌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먹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포카칩'이나 '포테토칩' '프링글스' 등 짠 감자칩에 익숙해져 있다. 이 때문에 한두 번 달콤하고 고소한 감자칩을 사먹고 맛있다고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과자를 먹는 습관까지 바꾸려면 소비자로서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재승 카이스트(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과자를 먹는 행동은 습관으로 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맛의 과자에 익숙해져 습관처럼 먹게 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맛을 느끼는 기관이 혀가 아니라 뇌이기 때문이다. 보통 혀의 '미뢰'가 맛을 느끼는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뢰는 음식의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한다. 정작 맛을 느끼는 기관은 인간의 뇌다. 인지 및 사고 기능을 하는 뇌가 맛을 느끼다보니 맛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가 없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람, 상황, 주변 환경, 기분 등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낀다. 이 때문에 소문이 자자하면 맛있다고 느끼다가도 소문이 잠잠해지면 그 맛을 잊게 될 수가 있다.

■ 귀로 먹는 감자칩

감자칩이 맛있는 또 다른 이유는 '소리' 때문이다. 감자칩은 한입에 쏙 들어갈 수 없는 크기로 디자인된다. 바삭한 감자칩을 앞니로 잘라먹으면 높은 주파수의 '바삭' 소리가 난다. 감자칩이 동전만큼 작아 한입에 넣어 어금니로 과자를 씹으면 '바삭' 하는 고주파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아 덜 맛있다고 느낀다.

영국 옥스퍼드대 찰스 스펜스 교수는 2004년 '감각연구지(Journal of Sensory Studies)'에 '바삭' 소리가 좋은 감자칩이 맛도 더 좋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해 2008년 '이그노벨상' 영양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그노벨상은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를 낸 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목정민·이성희 기자 mo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