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의 덫.. 노동력 저하로 국가경제 '재앙'

박찬준 기자 2014. 11. 23. 19: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5년 여성인구 남성 첫 추월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는 점차 들리지 않고 힘없는 노인들만 증가하는 것이다.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내년에 처음으로 추월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하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위험은 국가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온다. 저출산·고령화는 전반적인 노동력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 생산인구가 줄면서 세입이 감소하지만 부양인구는 늘어 세출은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보육과 고령층의 생활보장에 대규모 재정투입, 증세, 세출 구조조정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경고하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2060년 성장률 0.8%로 추락

23일 정부 당국과 민간 연구소 등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징후가 내년을 시작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내년 중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6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3.0%를 차지한다. 이는 1960년 인구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후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2060년에는 49.7%까지 떨어지게 된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불러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3.6%로 예측되는 실질성장률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 2060년에는 0.8%로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산정책처는 고령화로 노동, 자본, 업무능력 등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면서 2014∼2020년에 평균 3.8%를 기록하던 성장률이 2026∼2030년에 2.6%로, 2041∼2045년에는 1.7%로 내려선 뒤 2060년대에는 0%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2033년에 한계…국민연금 2060년 바닥

저출산·고령화로 돈 버는 사람은 주는데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면 국가 재정은 견뎌낼 수 없게 된다. 예산정책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5.2%를 시작으로 2018년 정점에 도달한 뒤 2023∼2060년에 14%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총지출은 올해 GDP의 25.4%에서 2060년 32.6%로 점차 늘 것으로 봤다.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복지분야 의무지출은 올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에서 2060년에는 32.5%로 폭증하게 된다. 성장률 둔화로 총수입 증가율(3.6%)이 총지출 증가율(4.6%)에 미치지 못하면서 통합재정수지는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2033년을 기점으로 채무증가분을 재정수지 흑자나 국채 발행을 통해 갚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전망했다. 즉 증세나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 없이는 재정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는 의미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의 사회경제구조 분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 -214조원으로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부담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미 취업자 1인당 20만원을 노년 부양비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65세 인구를 15∼64세 인구 중 취업자로 나눈 실질 노년부양비는 2000년 16.4%에서 2014년 26.5%로 급증했다. 100명의 취업자가 26명의 노인을 부양한다는 의미다.

◆전문가, 여성·고령층 생활보장 정책 시급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성의 출산율과 경제활동 참가율 모두를 높이려면 보육 문제를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등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정책에 투입한 정도의 재원을 저출산 문제에 투입하는 식으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이 곧 대거 은퇴하는데 한국은 평생직장에서 나오면 바로 경제적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구조"라며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증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세입감소와 복지지출 증가가 국가 재정부담을 많이 증가시킬 것이라며 조세 부담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1일 제2기 중장기전략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급 인사와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앞으로 약 1년간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놓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위원회의 주요 논의사항 중 하나는 인구구조 변화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