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풀기 2R 폭탄 돌리기 우려] '너도 하면 나도 한다'식 환율전쟁.. 글로벌 경제 공멸 치닫나

뉴욕 입력 2014. 11. 23. 17:59 수정 2014. 11. 24. 1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금리인하도 사실상 위안화 절상 완화 목적엔저 가팔라지면 亞 통화절하 경쟁 가열 전망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도 추가 개입 채비연준, 달러강세 심화 우려에 금리인상 딜레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자산매입은 달러화와 엔화 가치를 크게 저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21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국채매입 등 전면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시사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노골적으로 '당신들이 하면 우리도 통화가치를 절하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이날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춘 이유로 경기방어를 내세웠지만 위안화 절상 압력을 누르기 위해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중국 등 세계 2~4위 경제 강자들이 줄줄이 환율전쟁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공멸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발 환율전쟁에 중국까지 가세 조짐

=현재 일본은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고 유로존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재정여력이 거의 바닥나고 장기간의 초저금리 유지로 금리정책도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경기침체 탈출의 정책수단이 수출촉진 등을 위한 환율절하 카드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 엔화 가치는 대규모 자산매입 조치 여파로 미 달러화 대비 지난 1년간 15%나 절하됐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늘면서 시장 예상치의 2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한국 등 경쟁국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가치가 지난 2년간 엔화 대비 50%나 절상되면서 수출둔화, 일본 기업 탈출 등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가령 최근 파나소닉이 엔화약세에 중국 공장을 일본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

중국의 금리인하 조치도 내수부양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일본·유럽 등의 양적완화 정책에 맞선 환율방어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우존스는 "중국 정부는 저물가와 저성장, 주택가격 하락 등 국내 요인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엔화 대비 위안화 강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엔화약세 속도가 빨라질 경우 주요 아시아 국가의 환율절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엔화의 중요한 지지선인 달러당 120엔선이 조만간 무너진 뒤 내년 3월에는 145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전쟁 전세계로 확산되나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는데도 호주·뉴질랜드·캐나다 통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각각 0.5%, 0.2%, 0.6% 상승했다. 이들 원자재 수출 국가들이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최근 자국 통화가치가 고평돼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시장에 풀거나 구두 개입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화가치가 더 강세를 보이면 외환시장 개입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전쟁은 제한된 파이를 서로 빼앗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약세 유도에 나설 경우 국제교역 감소, 저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령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수출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 통화로 묶여 있는 탓에 역내 교역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지만 혜택은 대부분 독일이 가져갔다.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면 미국도 손 놓고 있지 않을 게 뻔하다. 최근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아시아·유럽 등의 통화절하 경쟁을 비판하며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올 들어 달러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9%나 올랐다.

나아가 연준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고 거품 우려에 출구전략을 마냥 늦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였던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달러강세에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수출이 위축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DM인베스터서비스의 마크 오스왈드 전략가는 "앞으로 한국·인도 등도 뛰어드는 통화절하의 새 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라며 "통화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