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영구동토 메탄..아직 대량 방출은 안됐다

안영인 기자 2014. 11.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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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이 2천 3백만 제곱킬로미터로 북반구 육지 면적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땅. 남한 면적의 230배나 되는 땅.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티베트 고원 등에 분포하고 있는 땅이 바로 영구동토(permafrost)다. 영구동토는 2년 이상 연속적으로 얼어 있는 땅을 말하는 것으로 얼어 있는 땅의 깊이도 수 미터에서 최고 1,500미터가 넘는 곳도 있다. 현존하는 영구동토는 대부분 2만 년 전에 있었던 빙하 극대기(LGM, Last Glacial Maximum)에 만들어진 것이다(자료: International Permafrost Association).

수천 년에서 2만년이나 얼어 있던 영구동토가 최근 빠르게 녹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권의 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정도나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영구동토에 갇혀 있던 탄소(C)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에는 막대한 양의 썩은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 같은 유기물이 들어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 동토가 녹으면서 얼어 있던 유기물도 녹게 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나 메탄(CH4)의 형태로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현재 영구동토에는 1,700Gt(기가톤)의 탄소가 얼어 있는 유기물에 들어 있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대기 중에 있는 탄소 양의 2배 정도, 적도지방 산림에 들어 있는 탄소 양의 3~7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자료: International Permafrost Association).

우려되는 것은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영구동토에서 짧은 기간 동안에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방출될 경우 짧은 기간 동안에 급격한 기후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역사에는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공동 연구팀은 남태평양 타이티(Tahiti) 주변 산호 분석을 통해 지금부터 1만 4,600년 전인 빙하기 말기 볼링-알러뢰드 온난기(Bølling/Allerød warm period)가 시작되는 시점에 짧은 기간 동안 대기 중 온실가스가 갑자기 증가한 것은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방출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논문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Köhler et al, 2014). 빙하코어(ice core) 분석을 통해 당시 짧은 기간 동안 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은 밝혀졌었지만 짧은 기간에 온실가스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는 지금까지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수 십 년 동안의 급속한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 같은 영구동토에 들어 있는 탄소가 아직은 대량으로 방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는 알래스카 영구동토 상공에서 메탄 관측을 한 결과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했다(Chang et al, 2014).

연구팀이 영구동토가 녹는 기간인 지난 2012년 5월부터 9월까지 비행기로 알래스카에서 방출되는 공기를 포집해 분석한 결과 알래스카 전체에서 1 제곱미터 당 하루에 평균 8mg의 메탄이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지만 고려할 경우 1 제곱미터 당 하루에 56mg가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기간인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알래스카에서 방출된 메탄 총량은 2.1Mt(메가톤)으로 나타났다. 2.1메가톤의 메탄 방출량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알래스카에서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식물이 성장하는 시기에 방출될 것으로 예측한 연평균 메탄 방출량 2.3메가톤과 비슷한 것이다. 특히 한해에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모두 550메가톤인 것과 비교하면 알래스카 영구동토에서 방출되는 메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크지 않다. 영구동토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관측을 해보니 아직까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대량 방출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관측 연구가 2012년에 처음 시작된 것인 만큼 2012년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혹시 이미 대량 방출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해마다 방출량에는 어떤 변동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예상으로는 2100년까지 영구동토에 갇혀 있는 43~135기가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것으로 학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영구동토에서 방출되는 탄소만으로도 전 지구 평균기온이 0.1~0.3℃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06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7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100년 동안 영구동토가 녹는 것만으로도 지구 평균기온이 최고 0.3℃ 상승한 다는 것은 엄청난 큰 변화다.

현재 추세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2100년에는 현재보다 최고 4도 이상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전망하고 있다. ①기온 상승-->②영구동토 해동-->③온실 가스(메탄,이산화탄소) 방출-->①기온 상승-->②영구동토 해동-->③온실가스 방출이 반복되는 양의 되먹임 현상(positive feedback)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금부터 1만 4,600년 전인 빙하기 말기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대량으로 방출된 온실 가스가 빙하기에서 간빙기인 현 시대로 넘어오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처럼 최근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급속한 온난화가 가까운 미래에 영구동토를 급격하게 녹게 만들 경우 과거와 비슷한 방법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갑작스런 기후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고 문헌>

* Chang, R., C. Miller, S. Dinardo, A. Karion, C. Sweeney, B. Daube, J. Henderson, M. Mountain, J. Eluszkiewicz, J. Miller, L. Bruhwiler and S. Wofsy. 2014: Methane emissions from Alaska in 2012 from CARVE airborne observa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412953111.

* Köhler, P., G. Knorr, E. Bard, 2014: Permafrost thawing as a possible source of abrupt carbon release at the onset of the Bølling/Allerød. Nature Communications, DOI:10.1038/ncomms6520.

* International Permafrost Association

( http://ipa.arcticportal.org/resources/ )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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