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포수는 왜, 같은 시간 다른 훈련 할까

정철우 2014. 11. 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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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캠프에서 '동일 포지션'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스케줄에 따라 같은 훈련을 한다. 상식적인 팀이라면 그렇다.

한화는 다르다. 포지션이 같다고 해서 훈련 메뉴까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명 같은 보직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전혀 다른 자리에서 훈련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장소만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는 훈련 자체가 다르다.특히 포수 훈련이 그렇다. <<strong>사진 참조>

정범모가 후루쿠보 코치와 블로킹 훈련하는 모습(위). 같은 시각 조인성은 1루수로 출전해 청백전을 하고 있다.

아직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정범모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포수를 배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블로킹 훈련량이 엄청나다.

후루쿠보 신임 배터리 코치가 새로운 훈련 방식을 개발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처음엔 펑고 배트로 쳐 줬지만 최근엔 덕아웃 벽에 맞고 튀어나오는 공을 막는 훈련이 한창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 타격 훈련 외 시간은 배부분 몸을 던져 공을 막는 일로 채워진다.

벽에 맞고 나오는 공을 막는 훈련은 날아오는 공이 어느 지점에 맞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이 후루쿠보 코치의 설명. 보는 사람이 안쓰러운 수준으로 훈련량이 많지만 쉽게 끝나는 법은 없다. 코치가 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범모가 "몇개 더 받아보겠다"고 열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최고참 포수 조인성은 1루수로 청백전을 하고 있었다. 최근 계속해서 1루수 출장이다.

단순히 선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단 '포수 조인성'은 블로킹 특훈을 할 정도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포수로서 그가 가진 하드웨어는 리그 탑 레벨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1루수 조인성'엔 보다 넓은 관점에서의 전략이 담겨 있다. 혹시 생길지 모를 변수에 대한 대비다.

현재 한화 캠프엔 많은 주전급 선수들이 재활조에 편성돼 있다.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등 대부분 지난 시즌, 부상을 안고 있었던 선수들이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은 김태균도 최근 재활조로 빠졌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최악의 상황, 즉 이들이 모두 개막에 합류하지 못했을 때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시즌, 한화은 단 한 명의 전 경기 출장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임 김응용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잘 흔들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워낙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줘야 했다.

부상 선수가 복귀하는 것만 목 빼고 기다리는 것, 반대로 재활이 덜 끝난 선수를 급한 마음에 땡겨 쓰는 것, 모두 하위권 팀의 전형적 운영 방식이다.

김 감독은 이런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부상 선수'로 분류하면 재활조로 바로 편성한다. 대신 남은 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을 시킨다. 조인성과 정범모가 전혀 다른 훈련을 하고 있는 이유다.

조인성도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이 마흔에 전혀 다른 포지션에서 경기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도 연신 "정말 힘들다"는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언제 팀이 필요할지 모르니 지금 해둬야 한다"며 1루수 미트를 낀 채 그라운드로 향한다.

한화가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대비책이 실제 전쟁이 벌어지는 내년 시즌,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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