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에 고심하는 LG, 과감한 전통 만들어라

2014. 11.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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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단순한 FA 협상이 아닌 것은 구단과 선수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둘 다 생각이 많다. 지난 21일 오후 잠실구장 사무실에서 1차 협상이 열렸는데, 서로 원하는 계약규모의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 후 구단의 공식입장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였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두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공식입장과 달랐다. 구단 관계자는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난색을 드러냈고, 선수는 아쉬움을 표했다. LG 트윈스와 LG에서만 13년을 뛴 박용택(35)의 이야기다.

사실 박용택은 일찍이 LG에 자신이 원하는 계약규모를 전달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LG 고위관계자와 자리를 갖고 협상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LG는 박용택에게 제시할 계약규모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LG측에선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협상'이란 의논을 통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혀가는 것을 말한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의견만 내세우는 '통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박용택은 지난 20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구단과 원활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구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로야구에 FA제도가 생긴지 15년이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원활하게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몇몇 FA 선수들의 경우, 협상테이블에서 구단의 제시 조건을 받고 단순히 '예스나 노'로 일관한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고, 그저 구단의 의견만 바라본다. 협상테이블에 앉은 관계자는 미칠 노릇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반대도 있다. 몇 년 전 A선수가 제시한 조건을 B구단이 맞추지 못하자 B구단 고위관계자가 플라스틱 물병을 집어던지는 일이 발생했었다. 둘 다 협상과는 거리가 멀다.

박용택은 조기에 이런 일을 차단했다. 4년 전인 2010년 겨울 첫 번째 FA협상 때에는 구단으로부터 계약을 '통보' 받았다. 그리고 구단에서 구체적으로 계약을 제시한 첫 날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4년 최대 34억원. 총액 절반 이상에 옵션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현재 박용택에게는 당시의 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먼저 계약조건을 제시, 협상의 문을 열었다.

LG와 박용택 모두 목적은 같다. LG 구단은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선수도, 외부 FA도 아닌, 박용택 선수와 FA 재계약 체결이다. 박용택 선수가 그동안 우리 팀에 큰 공헌을 한만큼 적합한 대우를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용택 또한 협상에 앞서 "LG에 남는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양 측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LG 구단도 박용택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고, 차이가 있으면 협상을 통해 이를 좁혀 가면 된다.

2014시즌 LG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비로소 10년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만하다. 1990년대 서울의 맹주라 불리던 영광의 순간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박용택의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공헌은 절대적이었다.

박용택은 신예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다. 1군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타자들 대부분이 박용택의 야구를 향한 열정,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을 따라가려고 한다. 지난 5월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던 채은성(24)은 "박용택 선배님의 자세를 닮고 싶다. 박용택 선배님은 항상 연구하고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신다. 이런 프로다운 모습을 나도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박용택은 올 시즌 1번 타자일 때는 히팅포인트를 뒤로 두면서 출루머신이 됐다. 그러다가 시즌 중반부터 3번 타자로 나서게 되자 히팅포인트를 앞에 놓고 장타를 치는 클러치히터로 변했다. 이런 거짓말 같은 모습에 후배들은 감탄하고 자연스럽게 박용택의 모든 것을 따라하려 한다.

야구를 두고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박용택은 기록만 놓고 봐도 굉장한 야구선수다. 지난 10년 동안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타율 안타 도루 OPS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리그 전체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박용택의 자세에서 만들어지는 팀 분위기는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프로야구선수는 일 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을 동료들과 함께 지낸다. 후배들에게 베테랑 선수의 솔선수범과 열정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후배가 모범이 되는 선배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 팀의 전통이 만들어진다.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을 보면,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전통을 이룩했다.

구단에서 먼저 고참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손을 내밀면 전통은 더 굳건해진다. 후배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가 구단으로부터 대우받는 모습을 보고 강한 목표의식이 생긴다. LG가 앞으로 박용택과 같은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선, 이번 박용택과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이른바 종신계약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프랜차이즈 선수를 만들어 팀의 전통을 이어가고 확립하기 위해서다.

이제 LG는 LG만의 제대로 된 전통을 만들어야한다. 중심선수가 은퇴하더라도 팀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전통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꾸준한 강팀이 된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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