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 기업이 '흔들린다'

2014. 11.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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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흔들리는 한국기업 기술력 갖춘 중국기업·엔低날개 단 일본기업 대표기업들 실적 잇따라 하락..성장 모멘텀 둔화

한국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 굴뚝산업은 '중국 공포증'에 시달리고, 엔저(低) 날개를 단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 정책 종료를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간판급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의 성장모멘텀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불안,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기로에 선 것이다.

굴뚝산업 '중국 공포증' 확산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도 단연 1위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인 한국 기업들로선 중국의 경제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7.9%(전년 동기 대비)에서 올해 3분기에는 7.3%로 하락했다.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7.5%를 밑돌고, 내년 이후 경착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에 우위를 점하던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인 '굴뚝산업'도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의 주 수출무대인 유럽의 경제여건 역시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인 제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등 첨단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진화' 속도는 엄청 빨라지고 있다. 기술은 진화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니 한국기업들로선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거세다. 중국이 단순가공 조립에서 고부가가치의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을 선두로 한 인터넷 서비스 업계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세지는 '엔저의 공습'

도요타, 소니 등 일본의 간판급 기업들이 부활하고 있다. 부활엔진을 달아준 것은 '엔저(엔화 가치 약세)'다. 재정 확대, 엔화 약세 유도 등이 골자인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일본 기업들이 수년간의 부진을 벗고 재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 부진으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기업들의 채산성은 뚜렷이 호전되고 있다. 올해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32억달러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은 98억달러로 도요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한 파나소닉도 올 영업이익이 2008년 이후 최대인 35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전자업계 실적호전은 히타치, 미쓰비시전기 등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국 대표기업들의 실적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원 이상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스마트폰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소비의 중심인 이동통신사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

한국 기업들이 기로에 섰다. 당연히 한국경제도 기로에 섰다.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위기에 조금씩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대외 여건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은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주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경제도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특히 글로벌 무대 곳곳에서 경쟁해야 하는 일본기업들이 '엔저'라는 엔진을 달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나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그만큼 호전되고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도 강해진다. 반면 국내 물가에는 부담을 준다.

환율 부담을 덜어내는 명약은 '기술'이다. 기술은 품질경쟁력이고, 가격경쟁력이다. 악화되는 대외여건을 정면으로 뚫을 수 있는 것 역시 기술이다. 기업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위기를 재도약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혁신·창의·도전이란 기업가 정신의 회복도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판로를 넓히는 것도 과제다. 저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이다. 기로에 선 한국 기업, 한국 경제가 다시 저력을 발휘해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이 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반세기 한국경제가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위상을 높인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과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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