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에게 새 생명..하늘나라로 떠난 태국인

박태우 기자 입력 2014. 11. 21. 15:56 수정 2014. 11. 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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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가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태국인 근로자 사라윳(31)은 지난 1일 경북 칠곡의 한 산업체에 근무하다가 쓰러졌다. 야근조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휴식하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호흡 부전으로 구미 차병원을 거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입원한 그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끝내 의식은 되찾지 못했다. 사라윳은 지난 이달 1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평소 가족과 주위에 세상을 떠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었다. 사라윳의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소견을 듣고서 고인의 뜻에 따라 대사관과 한국장기기증원(KODA)을 통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대구가톨릭병원 의료진에 의해 사라윳의 신장과 간은 오랫동안 장기 이식을 기다리던 어린이 말기신부전 환자와 간경변증 환자 등 4명에게 이식됐다. 사라윳은 지난 1월 한국에 와서 직업소개소를 통해 경북 칠곡의 산업체에 취업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성실하게 근무해왔다.

그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코리안 드림'을 성취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감동을 선사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최동락 교수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무려 2만6000여명에 이르지만 매년 이식을 받는 환자는 이들 중 10% 남짓하다"면서 장기 기증을 결심한 고인과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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