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아파트, 보일러 튼 건 귀신일까요?

2014. 11.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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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난방비 0원' 11가구 열량계 조작 의심되지만 무혐의

수도·전기료는 다른 집과 비슷…더욱 석연찮은 이유

경찰 "조작 의심되지만, 특정 행위자 찾을 수 없다"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토요판팀 허재현입니다. <한겨레> 토요일치 신문 잘 보고 계십니까? 토요일엔 늘 의미 있으면서도 '맛있는 뉴스'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토요일치를 읽어야 제대로 읽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하하.

오늘은 여러분께 어떤 친절한 설명을 드릴까 고민하다가 '김부선 아파트 난방비 조작 의혹 수사 결과'를 골랐습니다. 경찰이 지난 16일 '난방 열량계 조작이 의심되는 아파트 주민들을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히고, 이어서 김부선씨가 주민들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당하는 일이 벌어졌지요. 많은 분들이 의아해합니다. '그렇다면 김부선씨가 오버한 거야?'

경찰의 설명과 수사 내용 등을 검토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 보도자료를 봅시다. "11세대는 난방량이 '0'인 이유를 객관적으로 소명하지 못해 '조작'의 의심을 떨칠 수 없으나, 구체적인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 형사입건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작의 의심을 떨칠 수 없다'입니다. 경찰이 웬만해선 이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안 합니다.

수사 내용을 좀 들여다보면 왜 이런 표현이 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7년 동안 난방비 액수가 뭔가 석연찮은 69가구를 상대로 집중 조사했습니다. 그중 정말로 난방을 안 했거나 난방기 고장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가구를 제외하니 11가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 11가구 주민은 왜 난방비가 0원이 나왔는지 경찰에 객관적인 소명을 못했습니다.

그냥 '아껴서 썼다', '장기 출장 가서 집을 비웠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설사 아껴서 난방을 했더라도 약간의 난방비는 나와야지 0원이 나온 게 이상합니다. 게다가 집을 비워서 난방비가 0원이 나왔다면서도 그달의 수도와 전기료는 다른 집들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귀신이 와서 물과 전기만 쓰고 간 걸까요.

김부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선관위원장, 전, 동대표회장 수년간 난방비 안 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사실입니다. 아파트 주민자치기구의 간부를 맡았던 네 명은 '경찰에 난방비 0원인 것을 객관적으로 소명하지 못한 11세대'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 아파트가 주민자치기구 당선 기준에 '난방비 절약도'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간부가 넷이나 난방비 0원 가구인지 의아합니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무혐의 처리한 걸까요. 혹자는 외압을 거론합니다. 김부선 아파트에 전직 경찰 고위간부가 살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분은 이번에 성동구청이 수사 의뢰한 가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난방비 잘 내신 분이고 이 사건과 관련 없습니다. 경찰은 조작을 판단할 핵심 증거인 '열량계 봉인지'의 부착·관리가 워낙 부실해 봉인지를 갖고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검침카드나 기관실 근무일지가 꼼꼼하게 기록돼 있지 않아 이게 열량계 고장인지 아니면 단순 수리인지 뭔지 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대중적 관심은 모았지만, 살인·강도 같은 강력사건이 아니라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일 수도 없습니다. 난방비 0원의 이유를 소명 못하는 11가구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수사를 하려 해도 구인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 사안으로는 발부받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경찰이 의심만 갖고 함부로 사람을 체포해선 안 됩니다. 김부선씨 처지에서는 경찰이 부실수사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기엔 좀 한계가 있는 사건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번 수사에 성동서 지능수사팀 수사관 10명이 투입됐다고 해요. 보통 한 사건에 1~2명의 경찰이 붙습니다. 어쩌면 연예인 아파트라서 인력을 많이 투입한 것 아니냐고 역으로 비판받을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누굴 비난하기보다는 뭔가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요. 경찰은 이번에 해당 아파트 전·현직 관리소장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왜 열량계 관리감독을 똑바로 안 해서 주민들끼리 불화가 일어나도록 방치했느냐고 책임을 물은 겁니다. '투명한 아파트관리비 감독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김부선씨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깐느 여배우님, 이번에 좀 멋졌어요. 제게 전화 주시면 한겨레신문 1년 무료 구독권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허재현 토요판팀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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