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국 아이들의 '놀 권리'는 '잊혀진 권리'"

입력 2014. 11. 21. 09:33 수정 2014. 11. 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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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어린이의 놀 권리',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는 UN아동권리협약 31조에 나오는 말인데요. 학원에 과외에, 어른 만큼이나 바쁜 우리 아이들, 이런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죠. 최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어린이를 위한 국가적인 놀이 전략을 수립할 것을 우리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고 합니다. 아동의 놀 권리, 왜 중요한 건지 전문가와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자,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 이런 권리가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글쎄요, 저희가 이번에 유니세프하고 저희 한국아동권리학회하고 연구를 했는데, 절반가량의 아이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뭐 아이들 이전에, 아이들 키우는 부모님들조차 놀 권리라는 말이 무척 생소하게 들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그러시죠. 우리가 당연히 어릴 때 놀이하고 여가 보내고 지내는 거지, 이게 권리냐,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상, 놀 권리라는 말을 사용한 건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1922년, 거의 90년 이상, 100여년 가까이 됐는데요.

'세계아동헌장'에서 이미, 모든 학교에서 놀이터를 갖추고 아동이 학교를 마치고 난 다음에 놀이터에서 놀이할 것을 권고를 했어요, 명시하고 있어요. 그 이후에도 1989년도에 UN아동권리협약에서는, '이 협약을 비준한 여러 국가들이 아동들에게 휴식하고 여가를 즐기고, 그리고 연령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촉구하고 있죠.

물론 우리나라도 협약에 가입한 가입국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방정환 선생님께서 1923년도 5월 1일 날 최초로 어린이날 기념식을 하셨거든요. 이 자리에서 아동권리 공약을 발표하셨어요. 그런데 그 중 3번째 내용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고요히 배우고 놀만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만들어라.', 이런 언급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놀 권리라는 말은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이 되었던 말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에게 무슨 권리냐, 하던 그런 시대에 이미 이런 개념이 있었군요. 그냥 또 '놀아야 된다, 놀게 해주어야 된다.', 라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권리다, 인권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런 말이 되는 건가 봐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그렇죠. 특히 앞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놀이라는 것 자체는 교육받을 권리와 더불어 돈이라는 수준의 가치를 지닌다, 이렇게 이 협약들에서는 언급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요. 모든 아이들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누려야할 권리인 것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어떨까요, 교수님,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진 권리'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 아이들 놀이권 보장은 얼마나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글쎄요, 우리나라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비준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협약의 내용을 준수해야 될 국제적 의무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아동의 놀이가 부적합하다.', 그리고 '충분하지 못하다.', 라는 우려를 이미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UN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 '우리나라 아동들이 여가와 놀이, 그리고 문화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권고하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권고하는 일도 참 드문 일이라면서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그렇죠. 우리나라 정부는 협약 비준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행상황을 보고하게 됐는데요. 특별히 최근의 권고 내용 중에서, '놀이와 여가를 확대 확대할 것'에 대한 권고를 처음으로 받았죠. 그런 배경들 때문에 이번에 유니세프와 저희 한국아동권리학회가, 우리나라 아동들의 놀이 상황을 조사했고요. 이에 대한 보고, 결과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사해보시니까 어떻던가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저희가 예상은 했지만 사실 참 안타까운 결과를 많이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요. 조사대상 아이들 중 자기가 하고 있는 놀이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20%를 조금 넘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동들이 놀이와 여가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 했는데요. 그 이유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라는 응답이 많았고요. 역시나 우리들이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학업부담'을 상당히 높은 비율로 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외국과 비교해서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응답들도 15% 가량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들이 있는데요. '미디어 같은 걸 몇 시까지 하는가,', 이런 질문을 저희가 좀 했어요. 그랬더니 평균이 밤 11시 40분 정도까지 우리나라 아이들이 자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여졌는데요.

특히나 재미있는 것은 초등학교 남아 아이들이 중, 고교생하고 거의 더불어 동일한 시간까지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는, '주중보다 주말이 저희는 조금 더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주말에도 놀이터나 공원에서 노는 것을 전혀 하지 않거나 1시간 미만인 경우가 절반 정도가 됐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상당히 바쁘게 주말에도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예상은 했는데, 정말 심각한 상황이군요, 주말에도 놀지 못한다고 하고요. 그나마 야외에서 뛰어노는 놀이들은 거의 안 하고 있고, 미디어에 노출될 시간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해당이 되는 건가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그렇죠, 네, SNS, 컴퓨터, 인터넷 이런 모든 것을 망라해서 저희가 미디어로 조사했는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노출시간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런 건 놀이에 포함될 수 있는 건가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사실상 UN아동권리위원회에서 놀이에 대한 개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규정을 하고 있어요. 말씀드린, 협약에서의 놀이는, 여가, 놀이, 오락 이런 것들을 모두, 문화생활, 그리고 예술 활동, 이것까지도 전부 다 놀이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저희들이 놀이를 규정할 때, UN에서도 그렇게 규정을 했는데, '아이들의 자발성과 정해진 어떤 루트를 따라가는 놀이는 놀이가 아니다.', 라고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들이 하고 있는 컴퓨터 게임이라든가 SNS를 통한 어떤 오락 활동들은 정해진 루트들을 따라가는 굉장히 구조화된 활동들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놀이의 본질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가령 어떤 놀이들을 해야 된다는 건가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보통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것 중 하나, 바깥놀이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굉장한 우려를 가지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군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마찬가지 상황이에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본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활동을 하되, 바깥에서 놀이할 수 있는 시간들, 그리고 공간을 많이 확보해주어야 한다.', 이런 권고들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장난감 갖고 놀고 이런 것보다 흙 놀이들 하고 바깥에서 뛰어놀고 이런 말씀이신가요, 나무도 좀 타보고, 야영도 좀 해보고.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그렇죠. 그러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아이가 어떤 몰입을 경험해서 충분히 본인이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놀이죠.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우리나라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삶 자체가 자꾸 실내, 공간 안으로 파고들게 되는 그런 구조를 우리가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좀 벗어나야 한다.', 이런 권고들, 논의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놀 시간이 부족하다는 아이도 4명 중 1명이나 됐고, 학업부담이 많다는 아이들도 많고, 주말에도 못 논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겠어요, 당연히.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그렇죠. 정말 우리나라 아이들이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부모가 대부분 짜놓은 일정에 맞추어서 학교에서 돌아와도 학원이나 방과 후 활동이나 이런 활동을 보내느라고 아이들이 정말 틈을 내기가 어려워요.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아이들의 놀이를 실내 활동 놀이 중심으로 어른들이 몰아가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요.

저희 연구에서는, 아이들 스스로도 '시간부족'을 놀이를 잘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학업에 대한 부담', 또한 역시 본인들의 놀이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높게, 아주 높게 꼽고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노는 아이가 행복하고 또 공부도 잘 한다면서요, 연구결과에서는 그렇게 나온다면서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저희 연구를, 예측은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저희도 반가운 생각도 좀 들었는데요. 놀이가 아동의 현재 행복과 관계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고요. 특히 어릴 때 충분히 놀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지금도 행복하다,', 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과거의 경험이 아니어도요. 부모나 친구와, 놀이와 여가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그리고 여러 가지 놀이 활동 중에서, 야외에서의 활동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이렇게 조사가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쓴 시 한 편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릴까, 하는데요.

'내가 학원을 저녁 7시에 가서 9시에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별이 있나, 없나, 하늘을 보면서 터벅터벅 걸어간다.

집 가까이 갔는데 현호가 있어서 함께 한 바퀴 또 돌고, 외로운 길을 두 번 간다.',

제목이 '외로운 길' 이라는 시인데 말이죠.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이런 시를 썼다는 게 너무 마음이 짠합니다.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그래요, 그러네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 아이들이 놀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놀 권리 꼭 돌려주어야 되겠어요.

▶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한국아동권리학회:

네,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놀이가 충분히 중요한, 발달에 아주 중요한 것이다, 신체와 사회와 정서발달 못지않게 놀이가 필수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라는 사실을 조금 인지하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와 사회는, 아이들 놀이터가 정말 획일적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전국 어디나 만들어져 있는 놀이터들이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서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 시설들도 잘 갖추면 좋겠다, 하는 말씀으로 저희가 좀 정리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아동권리학회 황옥경 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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