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대로 하면 한화는 또 꼴찌일 뿐이다

정철우 2014. 11. 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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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화 감독이 펑고 배트를 활용해 정재원의 투구폼을 교정하고 있다.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프로야구 캠프에서 투수들이 실제 야구장에 서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러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불펜 투구가 투수들이 소화하는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다.

투수들이 야구장을 쓰는 건 수비 포메이션 훈련할 때와 연습 경기 정도다. 그 외엔 야구장에서 투수들을 보기 어렵다. 한화만 빼고 그렇다.

20일 일본 오키나와의 한화 가을 캠프지인 고친다 구장의 보조 야구장. 한 명도 아닌 무려 4명의 투수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일단 먼저 전체 그림을 한 번 보자.

우선 맨 왼쪽은 김성근 감독에게 일대일 지도를 받고 있는 정재원이다. 그 오른쪽엔 끊임 없이 하늘로 공을 뿌리는 김기현이 있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투수는 정대훈. 그는 2루 베이스 거리에서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 선수는 네트 스로우와 배드민턴채로 팔 스윙 훈련을 하고 있는 황재규다.

다른 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우선 김 감독은 정재원의 투구폼을 지도하던 중 갑자기 노크 배트를 가져오라고 하더니 공 대신 배트를 잡고 던지는 동작을 반복 시켰다. 일정 수준으로 팔을 뻗으면 배트를 잡아당겨 앞으로 더 못 나가게 했다.

김기현은 계속 하늘로 공을 던졌다. 아이들이 공 놀이 하는 것 같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었지만 그는 매우 진지했다. 하늘로 공을 던지면 회전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훈련이다.

정대훈이 하는 훈련은 이번에 김 감독이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2루 위치에서 포수에게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 서면 포수가 가깝게 보이면서 자신감과 집중력이 배가 된다는 점을 활용한 방식이다.

황재규가 하는 배드민턴 스윙은 김 감독이 SK 시절 고치 전지 훈련 때 배드민턴 동호회의 경기를 보다 착안한 것. 같은 생각을 한 지도자가 제법 많아 이 훈련은 SK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은 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하는 훈련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상 어느 팀도 한 그라운드에 투수 4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을 던지며 훈련하는 경우는 없다. 일반적인 생각의 틀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다.

김성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상식 속에 갇혀 있으면 늘 그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타고난 것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해선 상식적이 아니라 비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남들처럼 생각하고 남들만큼 하면 뒤떨어져 있는 사람은 계속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출발이 늦었다고 영원히 꽁무니나 쫓아야 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세상이 정해놓은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어야 애초에 늦었던 사람도 역전을 할 수 있다. 세상은 자꾸 상식을 강요한다. 그건 지금 정해진 순서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며 "법과 규칙을 어기라는 것이 아니다. 상식과 한계를 미리 정해두지 말라는 뜻이다. 언뜻 보면 우리 훈련이 미쳐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남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찾을 수 있다. 특히 2루 거리에서 홈베이스로 던지는 훈련은 아주 좋은 성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문득, '생소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처음엔 좀 창피해 하지 않았을까'라는 우매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에 대한 김 감독의 대답은 짧지만 강렬했다. "프로가 꼴찌하는 것 보다 창피한게 또 있어?"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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