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어느 FA의 고백 '내가 아니라 시장이 미쳤다'

조회수 2014. 11. 21.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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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이 열렸다. 아직 누구도 금액을 오픈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정 몸값만으로도 프로야구판이 들썩이고 있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한 차례 FA 광풍을 겪었다. 포지션별로 계약 신기록을 세운 선수들이 속출했다. 20억원 수준의 계약은 헐값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10구단 체제가 되며 갑자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게 되며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류현진 이후 투수들의 메이저리그행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세상이 된 것이다.

'이대로는 공멸'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당장 이기기 위해선 이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다. 팬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 탓은 할 수 없다. 시장 가격이 그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치솟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FA 자격을 얻게 된 한 선수의 고백은 그래서 더 가슴 깊숙이 와 닿았다.

그는 "1년 전쯤, 내가 어느 정도 몸값을 받을 수 있을 지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팀에 남고 싶은 생각이 강했던 만큼 내부에서 계약한 사례들을 참고해서 나름 적정 수준을 정해놓았다. 그런데 이후 터져나오는 계약 소식을 듣고는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구단이 사실상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 FA 몸값이라는 건 애초에 계산이 어려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전 계약 사례를 참고하면서 레벨을 구분지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9,10구단 체제 이후 FA 시장은 그나마도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

다시 FA 협상을 앞둔 선수의 고백이다.

"솔직히 지금 시장에서 내가 얼마정도를 받을 수 있는 선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이 부분이다.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선수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선수가 얼마를 받고싶은가'가 기준이 됐다. 내가 세운 원칙 아래서의 몸값과 받고 싶은 수준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결과는 후자에 가깝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나친 몸값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나만 혼자 무슨 투사 마냥 행동할 순 없는 것 아닌가. 또 나 혼자 고고한척 낮은 금액에 계약한다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FA 시장이 나를 독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말 처럼, 지금 FA 시장은 자정 능력을 잃은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누가 깃발을 들고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조정될 수 있다. 10구단 체제가 안정되고, 팜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면 다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처음 FA 제도가 생겼을 때 LG서 삼성으로 팀을 옮긴 포수 김동수가 LG에 요구한 금액은 총액 9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LG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다. 우리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대로는 프로야구가 망할 수 있다"고 열을 올렸다.

그들의 우려대로 한동안 프로야구는 침체의 늪을 헤맸다. 하지만 FA 제도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고, 그렇게 향상된 기량을 프로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구단은 지금 이 정상적이지 않은 시장을 탓할 자격이 없다. FA 연차 줄이기, FA 선수 등급제를 통한 보상 규모 조정 등 몸값 폭등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구단들은 지금껏 손을 놓고 있었다. 오히려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기한 등 필요없는 장치만 그대로 방치했다. 심리적으로라도 몸값을 낮춰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구단이 20년 전 마인드로 FA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한, FA 대란이 잠잠해질 시기는 더욱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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