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점이냐, 신입사원 연수냐.. 졸업반은 괴로워

곽래건 기자 2014. 11. 21.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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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명 사립대 졸업반 박동진(26·가명)씨는 이번 학기 60여개 기업에 지원한 끝에 대기업 1곳에 최종 합격했다. 박씨는 그러나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취업 재수를 하게 됐다.

이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가 10월부터 시작됐지만, 한 수강 과목의 교수가 "입사는 개인 사정이고 수업 대부분을 빠지니 F학점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결석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선 "다들 수업을 빠지는데 왜 당신만 못 오느냐"며 합격을 취소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 바늘구멍을 뚫고도 입사와 졸업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울상짓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 학기 중인데도 "신입사원 연수에 오라"는 기업들과 "졸업하려면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교수들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것이다.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 문제로 고민하는 글들이 넘친다. "당장 다음 주부터 연수인데 교수님과 회사에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K대 커뮤니티), "빠지면 입사 포기로 간주되는 예비 연수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S대 커뮤니티)는 식이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교수가 F학점을 줘 졸업을 못하는 바람에 입사가 취소된 선배를 봤다"는 글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가 나서서 교수들에게 '취업한 학생에겐 무조건 학점을 주라'고 하면 교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학점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기업들이 졸업 예정자를 신입사원으로 뽑아놓고 수업을 빠지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사팀도 할 말은 있다. "학사 일정에 채용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신입사원을 몇 달씩 놔뒀다간 우수 인재가 다른 회사로 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취업 포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비싼 돈을 들여 뽑은 신입사원을 마냥 놀리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겠지만 '네가 안 와도 어차피 올 사람은 많다'는 갑(甲) 마인드가 반영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학기에 생기는 이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졸업을 일부러 한 학기 유예하는 경우도 생긴다.

졸업을 한 학기 미뤘다는 이모(25)씨는 "8학기 만에 졸업하려면 마지막 학기 수강 과목이 적잖아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며 "차라리 1학기 졸업을 미루고 1~2과목만 들으며 입사 원서를 쓰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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