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중단이 오히려 즐거운 아이들 "도시락 소풍 같아요"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친구들과 도시락 소풍 온 것 같아요"
20일 조리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도시락을 꺼내 친구들과 함께 먹기 위해 책상 4개의 모서리를 옮겨 붙이느라 교실이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불고기 반찬을 싸온 친구를 향해 "우와~" 하는 함성이 쏟아지자 이 어린이는 나눠 먹기 좋도록 책상 한가운데로 도시락통을 선뜻 내밀었다.
김치를 싸와 옮겨 담아주는 여자 어린이도 있었다.
젓가락을 든 채 '교실 투어'를 하면서 "햄 한 개만~"이라면서 친구들의 반찬을 뺏어(?) 먹는 개구쟁이도 보였다.
'무상급식 세대'인 아이들에게 도시락 점심은 소풍과 같은 풍경이었다.
반 26명 학생 가운데 10명의 메뉴는 김밥이었다.
한 학생은 "친구들하고 교실에서 김밥 도시락을 나눠 먹으니까 소풍 온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준비하시는 부모님이 힘들어하시지 않았느냐'고 기자가 묻자 "저희 엄마는 요리 잘 해요. 급식보다 맛있어요"라는 천진난만한 답이 돌아왔다.
마냥 즐거운 표정인 친구들 사이에서 한 여자 어린이는 선생님이 건넨 빵을 한 개 입에 물고 있었다.
이 어린이는 가정 형편상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해 다른 친구들처럼 소풍 기분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담임교사는 "우리 ○○는 부모님께서 깜빡하셨나 보구나?"라며 "선생님이 산 빵을 같이 나눠 먹자"며 해당 어린이가 민망해 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학교 측이 혹시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나 맞벌이가정 학생들을 위해 준비해 둔 빵이었다.
담임교사는 기자에게 "형편이 어려운 아이인데 혹시 자존심이 상할까 봐 부모님이 깜빡한 것처럼 했다"고 귀엣말을 했다.
반 친구들도 종이컵에 김밥과 계란말이를 나눠 담아주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여자 어린이 얼굴에도 이내 미소가 번졌다.
보온 도시락이 없어 점심시간 직전에 도시락을 갖고 학교를 찾은 부모들도 있었다.
급식 중단으로 이 학교 교사들 역시 도시락을 싸오거나 단체로 김밥을 주문해 점심을 해결했다.
교무실에는 자장면이 배달됐다.
정 모 교사는 "입학하면서부터 급식을 했던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게 소풍처럼 즐거운 일 같아 보인다"며 웃었다.
이어 정 교사는 "어제 '조리사 선생님들에게 사정이 생겨서 급식 대신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을 했더니 아이들이 '파업이 뭐냐'며 질문을 쏟아내 설명을 하느라 수업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3개 노조 소속 2만여 명은 급식비 현실화와 방학 중 월급 지급 등을 요구하면서 이날부터 이틀 일정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 노동자의 70%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사와 급식보조원 등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의 경우 전체 1,300여 개 학교 가운데 78개 학교에서 이날 점심 급식이 중단됐다.
한편,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역에서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주최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화하겠다'는 공약과 거꾸로 가는 박근혜 대통령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알바'도 밥은 주면서 일을 시키는데 학교 현장에서 밥 가지고 차별하는 것은 안된다"며 학교 비정규직들에 대한 급식비 지급을 촉구했다.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 appl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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